경남 함양군수 선거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함양군수 선거가 뇌관의 핵으로 발동한 것은 아이러니하게 김태호 경남지사의 3선 불출마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사실상 공천권자인 신성범(산청·함양·거창) 의원과 오는 2012년 총선에서 김태호 도지사가 중앙 정계로의 입성이 여의치 못해 지역구에서 정치적 재기를 노릴 경우, 통합 창원시(마산·창원·진해)와 거창·함양·산청 두 곳 가운에 한 곳에서 저울질을 해 둘의 한 판 싸움이 불가피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신 의원은 김 지사의 거함산 출마도 염두에 둬야한다.

따라서 신 의원은 오는 지방선거 단체장 공천을 자신만의 독자적 색깔로 움직여 갈 전망이고 함양과 거창, 산청에서 군수 공천자 모두가 당선돼야만 재선입지가 다져진다. 충성도와 당선가능성이 공천의 중요한 잣대로 움직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22일 오전 10시 무소속 천사령 함양군수는 한나라당 입당 기자회견을 가지며 “한나라당 입당을 받아달라”고 신성범 의원을 압박했다. 천 군수의 입장에서는 한나라당 행이 결정되던지, 입당 불허로 끝나던 손해 볼 것 없는 ‘양수겸장’의 패를 손에 진 셈이다. 따라서 이날 선공에 나설 수 있었다고 보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날, 또 하나 관심을 모았던 건 오후 3시30분에 열렸던 한나라당 함양 운영위원회의 천사령 군수의 입당을 불허 기자회견. 이들은 “천사령 군수가 입당할 경우, 입당과 동시에 탈당을 불사하겠다”며 천 군수의 입당을 강하게 반대했다.

▲ 천사령 함양군수가 22일 오전 10시 함양군청 대회의실에서 200여명의 지지자가 참가한 가운데 한나라당 입당 선언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용우

◇천사령 함양군수 기자회견=함양군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천사령 군수의 기자회견에는 200여명의 지지자가 몰려 대성황을 이뤘다. 천 군수는 잔뜩 긴장되고 흥분된 목소리로 한나라당 입당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천 군수는 “함양군민들의 화합과 일심단결을 위해 함양발전을 걱정하는 모든 군민의 뜻을 받들어 한나라당 입당을 심사숙고 끝에 결정했다”면서 “함양군민의 화합과 소통을 위한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방법이 ‘한나라당 입당’이라고 결심했다”며 밝혔다.

그는 “지난 네 차례의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거치며 함양에 지역적인 정서와 정치적 이념간의 갈등과 대립이 없지 않았다”며 “이러한 양상은 함양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고 민심의 혼란만 가중시키고 분열만 조장, 더 이상 방치되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천 군수는 “저로 인하여 파생된 정치적 이해관계는 전적으로 제가 풀고 가야 할 숙명”이라며 “함양군민의 화합과 소통을 위한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방법이 한나라당 입당”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한나라당의 이념과 정책을 전적으로 지지하며 지역 출신인 신성범 국회의원과 함께 함양 발전에 매진하기 위해 입당을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 한나라당 함양 당원협의회 100여명은 천사령 함양군수의 한나라당 입당 선언 기자회견에 맞서, 22일 오후 3시30분 한나라당 함양 당사에서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용우

◇한나라당 운영위원회 반대 기자회견=한나라당 함양 운영위원회(회장 서원홍)은 입당 기자회견이 열릴 것이라고 알려진 이틀 전인 20일부터 경앙된 분위기에 휩싸였다. 당원협의회 소속 당원 100여명은 이날 한나라당 함양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천사령 군수의 입당을 강하게 반대했다.

당원협의회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3선에 도전하는 천사령 군수는 2002년 당시 한나라당 후보 경선에서 패배하자 무소속으로 당선됐고, 2004년 5월28일 열린우리당에 입당한 후 2006년 공천을 받아 재선됐고, 2007년에는 ‘개인사정’을 이유로 탈당해 무소속이 된 상태”라며 “이처럼 당선을 위해서는 의리도 버리고, 소신도 버리는 비윤리적인 정치 행보를 이어가는 사람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정치는 곧 약속이고 믿음이고, 당원은 당을 위해 충성하는 애당심을 갖는 게 정치인의 도리라고 생각한다”며 “한나라당을 헌신짝처럼 내동댕이친 천사령 함양군수가 언젠가는 우리 군민들까지도 내 팽개치지 않을 것”이냐고 반문했다.

당원협의회는 “진정으로 함양군의 발전을 위한다면 천사령 군수는 군수 자리를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못 다한 과업이 있다면 후배들에게 마무리를 잘 당부하고 조용히 떠나는 게 지방자치 단체장으로서의 바람직한 덕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들은 “만약 한나라당에서 천사령 함양군수의 입당을 받아들여진다면 함양군 당원협의회 당원 전원은 입당과 동시에 한나라당을 떠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향후 일정은 어떻게 진행되나=천사령 함양군수의 한나라당 입당 가능성은 대체적으로 높은 편이다. 지방자치단체장이 향후 아무런 수순 없이 한나라당 입당 선언 기자회견을 했을리는 전무하기 때문이다.

실제 천 군수가 한나라당 입당 기자회견을 하기로 알려진 20일 하루 전, 박계동 국회사무총장과 한나라당 남경필 인재영입위원장과 교감을 나눴다는 소문이 지역에 알려졌다.

이 소문이 사실일 경우 신성범 의원으로서도 천사령 군수의 한나라당 입당을 막을 방법은 없는 셈이 된다. 결국 천 군수는 대단한 ‘응원부대’를 등에 업고 19일 금요일 저녁에 의사결정이 이루어져 20일 토요일 11시 전격적으로 기자회견을 결정, 22일 월요일 오전 10시 일사천리로 기자회견을 감행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신성범 의원은 어중쩡한 태도를 보일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천 군수의 한나라당 지지를 환영할 수도, 반대할 수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신 의원에게 있어 이번 지방선거는 2012년 총선과 연계돼 있고, 거함산 3곳의 군수선거가 산청을 제외하곤 거창도 호락호락한 상태가 아니기 때문이다.

▲ 한나라당 함양군 책임당원들이 천사령 함양군수 입당 반대 기자회견문을 읽고 있다. ⓒ이용우

결국 이에 따라 이날 기자회견도 한나라당 함양 운영위원회가 당원협의회라는 이름으로 주도적으로 나섰고, 신성범 의원을 압박하면서 “천사령 군수의 입당과 동시에 탈당이라는 배수의 진”을 친 셈이다.

그렇다면 천 군수의 한나라당 입당에 암초는 없을까?

이날 현재 한나라당 경남도당에는 입당원서가 접수 안 된 상태다. 한나라당 경남도당 당원자격 심사위원회(위원장 이주영) 입당원서가 제출되면 5명으로 이루어진 당원자격 심사위원회가 꾸려지게 된다고 밝혔다.

경남도당 당원자격 심사위원회는 함양 당원들과 지역주민들의 여론수렴과 정보 수집을 거쳐 최종적으로 이루어지며, 심사에서 통과한 후 중앙당 최고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최종적으로 입당이 결정된다.

이 과정에서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의 추천서는 필수적인 사항은 아니다. 신 의원으로서는 한 숨 여유를 돌릴 수 있게 됐고, 중앙당의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전개됐다.

당원자격 심사위원회의 개최는 기한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천사령 군수의 한나라당 입당 여부는 다음 달쯤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복잡해진 한나라당 공천=한나라당 함양군수 공천을 희망하는 출마자들의 행보가 빨라졌다. 이날 오후 3시30분에 한나라당 함양당사에서 열렸던 기자회견에는 박종환 전 함양경찰서장, 배종원 전 함양군의회 의장, 서춘수 전 경남도농수산 국장 3명이 참가했다.

한나라당 공천 후보자들은 함양 운영위원회와 뜻을 같이하며 “천사령 함양군수의 입당을 절대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이들은 천사령 군수와 함께 기존 경선레이스에 뛰어들 것인가 하는 질문에 배종원, 서춘수 후보자는 “입당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고, 박종환 후보는 “당원들 뜻에 따라 탈당도 불사하겠다”면서도 복잡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이철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국장은 여유로운 표정을 보였다. “한나라당 함양군 당원협의회의 입장을 존중한다”면서 “천사령 군수와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진검승부를 펼칠 준비가 되었다”고 밝혔다.

갈수록 오리무중에 빠지는 함양군수 선거. 한나라당 후보냐, 무소속 후보냐. 공천권자가 함양을 바꿀 수 있고 헤어나올 수 있는 그 길은 충성심과 당선가능성이 아니라 후보자의 인물과 자질, 정책이란 원론에서 다시 찾을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이영철·이용우 기자  leeyc@seob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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