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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천왕봉 등반 268회… 산에서 인생의 지혜를 배운다김종남 함양군청 휴양밸리과 휴양체험담당

25살에 첫 등반 후 매달 올라
지리산 종주 16번 ‘철의 여인’
인생의 든든한 후원자는 남편
200회 등반기념 장학금 기탁

칠선계곡과 한신계곡 아름다워
연하선경 거닐면 신선 된 듯해

등산의 목표는 산을 오르는 게
아니라 안전하게 집에 오는 것

지리산 천왕봉 등반 268회, 종주만 16회에 이르며 지리산 풍광에 폭 빠져 살고 있는 김종남 함양군청 휴양밸리과 계장. 그녀는 지리산의 사계(四季) 가운데 눈 쌓인 겨울 설산(雪山)이 가장 아름답게 느껴진다고 했다.

지리산 천왕봉 등반만 268회. ‘철의 여인’ 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종남(53) 함양군청 휴양밸리과 휴양체험계장은 25살에 처음 천왕봉에 오른 후 지금까지 한 달에 1~2번씩은 꼬박꼬박 지리산을 오르고 있다. 지리산 종주도 16번이나 했을 만큼 지리산 풍광에 푹 빠졌다.

김 계장은 지리산에서 맞이하는 천왕봉 일출의 장엄함도 좋지만 나뭇가지에 하얀 눈이 소복소복 쌓인 겨울 설산(雪山)이 가장 아름답게 느껴진다고 했다. 뽀드득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설경 속을 걸으면 마치 동화 속으로 들어간 느낌이라고 할까. 그녀에게 지리산은 ‘나니아 연대기’ 속의 이야기처럼 다가왔다.

김 계장의 가장 든든한 등반 단짝은 남편 권문현(함양우체국 근무)씨. 그녀가 산을 너무나 좋아하는 것을 알기에 산에 가는 것은 반대하지 않는다. 그녀는 “남편이 제 인생 가장 든든한 동반자”라며 웃었다. 김 계장은 2017년 1월 지리산 천왕봉 200회 등반기념으로 함양군장학회에 100만원의 장학금도 기탁했다. 2001년 장학회 설립 때부터 얼마씩이라도 매년 장학금을 내고 있다.

새해 피플파워 인터뷰 대상자로 김 계장을 만난 것은 지난 한 해 코로나19로 인해 국민 모두가 고통 속에 지냈지만 힘든 인생의 고비를 넘듯, 산을 오르는 그녀처럼 어려운 삶의 파고를 헤쳐 나가자는 의미다. 산을 오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강인한 정신력과 체력, 불굴의 의지와 집념을 필요로 한다. 인터뷰는 6일 진행됐다.

눈내리는 날 세석평전.

- 지금까지 지리산 천왕봉을 오른 횟수가 얼마나 되며, 처음 지리산을 등반하게 된 계기는 어떻게 됩니까.

“당시 25살이던 1992년 5월 처음 천왕봉에 오른 후 결혼과 육아로 한동안 산을 다니지 못하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성장하고 주5일 근무제로 토요일에 쉬게 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등산을 다시 시작하여 현재까지 천왕봉을 268회 오르게 되었습니다. 지리산을 처음 접하게 된 계기는 그 당시 근무하던 직장에서 우연히 동료들을 따라 오르게 되었는데 지리산이 어떤 산인지도 전혀 모르는 백지상태에서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고 올랐던 기억이 납니다. 그해 가을 동생과 같은 코스로 다시 올랐는데 빨간 단풍이 너무 아름다워 아직도 기억이 생생한데 아마 그때부터 지리산의 매력에 푹 빠진 것 같습니다.”

- 평생 한 번도 등반하기 힘든 지리산을 이토록 자주 찾는 이유가 있으신지요.

“지리산에 들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행복함을 느낍니다. 일종의 종교와 같다고나 할까요. 산처럼 좋은 마음의 휴식처는 없는 것 같습니다. 지리산은 저에게 친구 같고 애인 같은 그런 존재입니다. 흔히 지리산을 어머니의 산이라 하는데 외롭거나 힘들 때 올라가면 항상 포근히 안아줍니다. 그 속에서 하루를 즐기다보면 육체는 조금 힘들지만 번뇌는 사라지고 정신은 점점 맑아짐을 느낍니다. 굳이 이유를 찾는다면 이런 것들이 좋아 계속해서 지리산을 오르는 것 같습니다.”

천왕봉 가는길에 만난 설경.

- 지리산을 찾으면 어떤 느낌이신지.

“지리산은 갈 때마다 매번 다른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마치 카멜레온같이 시시각각 변화는 모습이 매우 감동적이지요. 평지에서는 절대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는 그런 풍경들을 종종 만나는데 황홀하기까지 합니다. 다른 산은 몇 번 가면 싫증을 느낄 때가 있는데 지리산은 전혀 그런 게 없고, 가면 갈수록 오히려 더 가고 싶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는 산입니다. 그리고 산이 높고 깊다보니 풍경뿐만 아니라 다양한 식생이 분포하고 있어 야생화에 관심이 많은 저는 사시사철 희귀식물을 포함한 각종 야생화를 관찰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보는 즐거움과 관찰을 통해서 나를 성찰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더욱 좋은 것 같습니다.

또 한국인의 기상이 서린 국립공원 제1호인 지리산 천왕봉에 오르면 1주일간 쌓인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려 버려 가정과 직장에 활력이 되고, 생활의 즐거움을 얻을 수 있어 올라갈 때는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정상에 섰을 때의 카타르시스는 말로는 표현이 어렵습니다. 요즘 전 국민이 코로나로 힘들어 하시는데 조금만 참고 견디시면 아마도 천왕봉에 오른 만큼 이상의 기쁨이 찾아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지리산에서 특히 즐겨 찾는 명소가 있다면 소개해 주십시오. 그리고 개인적으로 가장 아름답게 다가왔던 지리산은 언제인지요.

“지리산은 명소가 아닌 곳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3개도 5개 시군에 걸친 넓고 높은 산이다 보니 곳곳이 명소이지요. 그중에 특히 칠선폭포를 비롯한 비경이 펼쳐지는 칠선계곡을 으뜸으로 손꼽을 수 있지만 아쉽게도 비선담 통제소부터는 1년에 4개월만 주2회 탐방 예약제로 운영하기 때문에 언제든지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 자주는 못가고, 그 대신 시원한 계곡미를 자랑하는 한신계곡을 즐겨 찾습니다. 마천면 백무동에서 시작하여 잔돌평원(세석평전)까지 6.5㎞ 구간에 펼쳐지는 첫나들이폭포, 가내소폭포, 오층폭포, 한신폭포 등 볼거리가 즐비해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답니다.

그리고 세석평전에 올라 촛대봉을 거쳐 연하봉까지 주능선에 펼치지는 지리산에서 가장 아름답기로 소문난 연하선경을 거니노라면 신선이 된 듯 세상에 부러울 게 없습니다. 아마도 무아지경에 이른다는 표현이 맞을 듯합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아름답게 다가왔던 지리산은 천왕봉에서 맞이하는 일출의 장엄함도 좋았지만 나뭇가지에 하얀 눈이 소복소복 쌓인 겨울 설산이 가장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뽀드득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설경 속을 걸으면 마치 동화 속에 들어간 느낌, 천국이 있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하는 그런 기분이 듭니다.”

눈덮인 고사목.

- 지리산을 찾으면서 여러 많은 이야기들도 쌓였을 것 같습니다.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3년 전까지는 매년 여름이면 1박2일 일정으로 지리산 종주를 하였습니다. 1박을 하다 보니 당일치기 산행 때와는 다르게 챙겨야 할 준비물도 상당히 많고 배낭 무게도 만만치 않습니다. 몇 년 전 직장동료와 둘이서 종주하면서 세석대피소에서 1박을 하게 되었는데, 맛있는 저녁을 준비하기 위해 이것저것 꺼내 놓았는데 아무리 찾아도 버너가 없어 밥을 굶을 뻔한 일도 있었습니다. 산에서는 먹는 만큼 간다는 말이 있는데 버너가 없으니 얼마나 황당했겠습니까? 대피소에서는 가스는 팔지만 버너는 살 수 있는 물건이 아니라 그때는 참으로 난감했습니다. 하는 수 없이 대피소 직원에게 버너를 빌릴 수 있는지 문의를 하니 별도로 비치해둔 버너가 없어 그런 서비스는 제공이 되지 않는다며 옆 등산객에게 부탁을 해보라는 답변을 듣고 망연자실했던 기억이 납니다. 다행히 아는 분을 만나 사정을 이야기했더니 버너를 빌려주어 무사히 종주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또 한 번은 어느 토요일 오후, 남편과 함께 하동 의신에서 올라 세석에서 1박을 하고 다음날 벽소령을 경유하여 의신으로 되돌아오는 계획을 잡고 올랐는데 초반에 이정표를 보지 못하고 전혀 엉뚱한 길로 접어들어 조난의 위험까지 느꼈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날은 8월말 늦여름으로 약간의 이슬비와 안개가 끼어 한 치 앞이 보이지 않아 조망을 전혀 할 수 없는 날씨였습니다. 길도 제대로 없는 희미한 오솔길에, 길인가하고 들어가면 낭떠러지가 나타나 되돌아 나오기를 반복하고, 독사는 3마리나 발길을 위협했으며, 머리카락이 주뼛주뼛, 이러다가 조난당하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고,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여 다른 등산객이 바위틈에 끼워두고 간 비닐도 챙기고 이리저리 희미한 길을 찾아 헤매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멀리서 쇠바가지 소리가 들려 이제는 살았구나하고 그곳으로 갔더니 세석과 벽소령 사이의 정규등산로에 있는 선비샘이 나타나 안도의 숨을 쉬고 세석으로 간적도 있었습니다. 그날은 여태껏 제가 알고 있던 지리산이 아닌 전혀 다른 산을 경험한 날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일들을 계기로 등산을 갈 때는 준비물을 한 번 더 꼼꼼하게 챙기는 습관을 기르게 되는 큰 교훈을 얻었습니다. 지금은 웃으며 말할 수 있는 지나간 에피소드이지만 다시는 결코 겪고 싶지 않은 일입니다.”

- 지리산을 즐겨 찾는 등산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저는 2018년부터 지리산국립공원경남사무소 자원활동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자원활동가는 등산객을 대상으로 탐방안내 및 동식물 조사모니터링, 환경정화활동, 국립공원 내 주민지원 등 봉사활동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저의 경우는 지리산을 자주 오르다보니 등산로에 버려진 쓰레기 수거를 갈 때마다 하고 있습니다. 매번 주워오지만 다음에 가면 또 쓰레기가 제법 많이 버려져 있어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등산객의 의식이 예전에 비해 많이 높아지긴 했지만 일부 등산객들에 의한 환경오염으로 아직도 갈 길은 멀어 보입니다. 남이 버린 쓰레기를 줍지는 못하더라도 버리지는 않았으면 하는 작은 바람입니다.

그리고 아이들을 데리고 안전장비도 없이 산에 오는 분들을 보면 눈앞이 아찔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특히 지리산은 평지와 달라 날씨 변화를 예측하기 어려워 항상 비상시를 대비하여 헤드램프, 비상식량, 그리고 겨울에는 특히 아이젠, 방한의류 등을 철저히 준비하여 산에 오르시기를 당부드리고 싶습니다.

‘등산의 목표는 산의 정상에 오르는 것이 아니라 안전하게 집으로 되돌아오는 것이다’라고 누군가는 말했습니다. 이 말 꼭 명심하여 언제나 안전이 최우선시 되어야 하겠습니다.”

이영철 기자  achimstor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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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마리 2021-01-14 13:58:14

    지리산을가는이유는?계절마다다른모습을보여주는연하선경을만나러
    계장님 멋지세요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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