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민들의 충분한 설득과 동의 구해서 추진해야”
거창군, 한국승강기대학 ‘사립대학’으로 인정

[서경신문=기사 제공] 거창군의 최대 역점사업인 승강기산업밸리를 조성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교육과학기술부로터 설립을 허가받은 학교법인 ‘한국승강기대학’이 사립대학인 것으로 밝혀져 파장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를 지원하기 위해 학교법인으로 허가도 받기 전에 조례를 통과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사립학교법 제43조는 지방자치단체가 사립학교에 지원을 하기 위해서는 “당해 지방자치단체의 조례가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조를 신청한 학교법인 또는 사학지원단체에 대하여 보조금을 교부하거나 기타의 지원을 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지난 12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국내 승강기 산업 기업인과 관계자들 100여 명이 모여 '승강기밸리기업협의회' 창립총회를 가졌다.

이 조항은 이미 운영 중이거나 설립된 법인에 대해 지방자치단체가 조례에 의해 사립학교를 지원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거창군은 승강기대학을 지원하기 위해 학교법인이 설립되기도 전에 지난해 11월10일 ‘거창군 학교법인 한국승강기대학 육성 및 지원조례’를 만들어 75억 원 이라는 예산을 군 의회에서 통과시키는 편법을 사용했다. 한국승강기대학 설립허가는 같은 해 50일 후, 12월 29일 이뤄졌다.

물론 전문 7조와 부칙으로 이루어진 이 조례에는 부칙에 “이 조례는 공포 후 학교법인 설립허가를 받은 날부터 시행한다”는 안전장치를 달았지만 지자체가 앞장 서 ‘퍼주기’에 급급했다는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학교법인의 설립 인가를 받기 위해서는 전문대학의 경우 70억 원 이상의 수익용 기본재산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에서는 한 푼도 출연하지 않고, 거창군에서 출연금을 전액 지원한 배경도 의문시 된다.

이는 한국승강기대학이 노동부 산하의 한국폴리텍대학을 무상으로 양여 받아 설립한 터라 군민들은 당연히 공립대학으로 인식하고 있는데 사립대학으로 분류되자, 거창군의 공금 출연을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자치단체가 공립이 아닌 사립대학에 공금을 지원하는 것이 타당한가라는 문제점에 봉착하게 됐다. 도립거창대학의 경우 경남도가 예산, 인사, 관리감독권을 모두 갖고 있으나 거창승강기대학은 사립이라 예산을 지원함에도 인사 및 관리감독권을 행사할 수 없어 운영주체가 못 된다는 점이다.

거창군이 이 같은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세심하고 꼼꼼하게 군민들을 이해를 구하는 과정이 필요했다”는 게 시민단체의 지적이다. 결국 이런 과정 없이 졸속으로 일을 처리한 결과, 한국승강기대학이 기형적인 ‘사립대학’으로 출범할 수밖에 없는 결과를 낳았다.

또 거창군에서는 한국폴리텍대학과 한국정보통신대, 한국산업기술대학교, 한국기술교육대학교도 한국승강기대학처럼 ‘사립대학’으로 설립·운영되는 대학이라고 밝혔지만 사실과는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한국폴리텍대학은 기능대학 법에 근거해 설립한 사립대학으로 한국승강기대학과는 다르다. 한국폴리텍대학은 한국산업인력관리공단 법에 따라 공공직업훈련 과정을 위해 만들어진 대학으로 학교분류상 사립대학이지만 노동부 산하이면서 국책특수대학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노동부 장관이 기능대학 법에 근거해 학교의 감독권, 경영권, 운영권을 가지며 학위는 전문학사가 아닌 산업학사학위가 수여된다.

결국 이런 논란을 안게 된 것은 거창군이 올해 군정의 최우선 과제이면서 최대역점 사업인 ‘승강기산업밸리’ 조성을 추진하기 위해 군민들에 대한 충분한 설득과 동의도 구하지 않고 조급하게 추진한데 따른 것에 기인한 것이다. 따라서 군은 한동안 ‘불도저·밀실·소수행정’이라는 오명을 낳을 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노동부 산하 한국폴리텍대학Ⅶ 대학을 무상으로 양여 받아 설립한 '한국승강기대학'의 전경 모습.

◇사립대학 무엇이 문제인가

거창군의 최대 역점사업인 ‘승강기밸리산업’은 한국승강기대학을 중심으로 만들어가는 하나의 큰 축이다.

승강기 밸리산업이 정부와 기업체로부터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사립대학보다는 국·공립학교로 추진되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았을까” 하는 문제이다. 한 관계자는 “승강기대학 조차 국·공립으로 만들 수 없는 입장에서 2012년까지 408억 원 이라는 사업조성비가 투자되는 국책산업인 승강기산업단지화를 어떻게 추진할 수 있느냐?”고 물음표를 던졌다.

더구나 가장 중요한 학교법인의 형태를 굳이 ‘사립대학’으로 밖에 추진할 수 없었냐 하는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학교법인이 국·공립 형태로 설립되었다면 승강기밸리산업이 국책산업으로 선정될 수 도 있고, 지원 대상에도 더 한층 유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최소한 한국폴리텍대학과 같은 특수목적 사립대학의 위상은 필요한 것이다.

사립학교법에는 거창군이 “업무 또는 회계의 상황에 관한 보고를 받는 일”과 “예산이 지원의 목적에 비추어 부적당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그 예산에 대하여 필요한 변경조치를 권고하는 일”밖에 할 수 없어 실질적인 재산권, 감독권, 운영권에 대한 권한을 가질 수 없다.

이 경우는 한국승강기대학이 암초에 부딪혔을 때 처벌규정과 환수규정이 없어 법령상 권리를 행사할 수 없고, 예견되는 상태에 대해서 준비를 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거창군에서 만든 한국승강기대학 육성 및 지원조례에도 거창군이 이사회에 대해 실질적으로 영향력이 행사할 수 있도록 강화시키지 않은 부분은 아쉬움이 남는다.

거창읍 상동에 사는 김 모(50) 씨는 “군민의 혈세로 이루어진 한국승강기대학을 군민의 재산으로 환원하여 공공성을 확보하고, 명실상부 거창군민이 주인이 되는 거창승강기대학으로 태어나게 하여 원대한 승강기밸리의 꿈을 이루는 모태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승강기 밸리산업은 거창군의 최대 역점사업이기 때문에 추진함에 있어 하나도 소홀함이 없이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 그런 만큼 군민들의 지혜와 동의를 구하고, 승강기 밸리산업을 추진하는 군 관계자와 한국승강기대학에도 힘을 실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거창군의 입장은 무엇인가

거창군은 한국승강기대학을 ‘사립대학’으로 설립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에 대해서 “국가의 재정 부담과 정책적인 측면에서 애당초 국·공립대학으로는 설립이 불가했다”고 밝혔다.

또한 지방자치법 제76조는 “지자체가 대학을 설립할 경우에는 대학을 설치·운영할 재정지원 능력과 지역 내에 산업인력 수요가 있고,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어야 하나 요건이 미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공립(군립)대학으로 설립 시 거창군의 재정여건상 대학운영 재정 부담이 가중되는 것을 비롯해 공무원 정원 증가, 승강기 관련 전문지식 부족, 기술 인력양성에 따른 제반여건과 승강기 산업 환경도 녹녹치 않은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결국 “승강기대학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특수대학으로 지자체에서는 설립·운영의 여력이 없어 거창군에서는 설립의 주체로 참여하고,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에서는 운영의 주체로 참여하여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거창군의 공식 입장이다.

거창군은 그 사례로 국가(노동부), 정부산하기관, 지자체가 직·간접적으로 지원하여 사립대학으로 설립·운영되는 대학에는 한국폴리텍대학, 한국정보통신대학, 한국산업기술대학, 한국기술대학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거창군의 공식입장과는 달리 승강기대학은 일반 사립대학으로서, 특수목적 대학의 법적 위상을 누리지 못하며 ‘거창군의 대학’도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의 대학’도 아니라는 것이 문제다.

이와 함께 군은 논란이 일고 있는 출연금 70여억 원에 대해서도 “사립학교 법령상 군 예산은 반대급부 없는 출연금으로 지원해야 하고, 이사 및 이사장 선임에 영향력 발휘는 사립학교법령상 위배되어 대학자율권이 침해되므로 영향력 행사는 불가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14명의 이사들 가운데 거창군에서 2명, 거창군의회에서 1명, 경남도에서 3명을 추천해 선임했다”고 말했다.

또한 사립학교법에는 “학교법인이 재산을 매도, 증여, 교환 또는 용도변경, 담보제공, 의무부담, 권리포기를 할 경우에는 교과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거창군은 설립의 주체로서 승강기산업진흥을 위해 기반인프라 시설확충에 필요한 예산을 지원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거창군 1010추진단은 “현재 한국승강기대학은 학교법인 허가를 받아 등기가 완료된 상태로 오는 2010년 3월에 개교가 되도록 제반 행정절차를 차질 없이 추진하고 있다”며 “승강기산업단지는 올해 산업단지계획 용역을 거쳐 2012년 준공키로 하는 등 정상적으로 추진되고 있기에 1단계 사업이 완료되는 시점에는 세계적인 승강기 엑스포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더 고민해야 할 과제는

오는 2010년 개교를 목표로 하고 있는 신입생 확보에 한국승강기대학의 장래가 달렸다.

거창군과 지식경제부 산하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이 각각 대학설립과 대학운영의 주체로 참여할 승강기대학은 2년제 전문학사과정이다. 개교 첫해 승강기설계과(40명), 승강기제어계측과(30명), 승강기메카트로닉스과(40명), 승강기보수과(80명), 승강기안전관리과(30명) 등 5개 학과 220명을 모집할 계획이다.

하지만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사립대학의 경우 수업료가 국·공립에 비해 높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거창군은 “승강기대학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설립·운영되어야 하기에 정부지원이 가능하고, 한국폴리텍대학과 같이 대학운영에 정부지원이 있기에 등록금은 국·공립대학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책차원의 대학이라는 법적 근거가 없어 거창군의 추진력을 얻자면, 원점에서의 법령정비가 절실하다.

승강기산업밸리의 일차적인 성과는 한국승강기대학의 신입생 확보가 좌우한다. 나아가 한국승강기대학과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의 관계를 어떻게 할지, 어디서 주도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지, 이들의 역학관계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취업전망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승강기전문대학과 같은 특성화 기능대학에 있어서 졸업생 취업전략은 신입생 유치 성공과 직결되며, 학사운영 커리큘럼 구성의 중요한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승강기산업밸리에 대해 거창군에서는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세계적인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호락호락 않다는데 문제가 있다. 승강기 산업은 전통적인 굴뚝산업의 하나로 국내에서도 굴뚝산업은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승강기산업밸리는 구체적인 시장조사를 근거로 현실성 있는 전략을 세워야 할 필요가 있다. 승강기산업은 건축과 연계성이 높은 2만여 개 이상의 부품으로 구성된 복합구조산업으로서, 초고층 빌딩과 잇따라 건립되면서 무한한 잠재성장력을 지닌 21세기 고부가가치 유망종목임에는 틀림없다.

따라서 거창군이 승강기산업밸리라는 글로벌 ‘신 성장 동력’으로 서부경남의 중추적인 도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민간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군이 중심이 되어 공공과 민간영역 사이에서 긴밀한 협력체계를 세워야 한다.

한편으로 거창군은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군민들의 동의와 설득을 구하는 작업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하며, 이번 논란과 같이 다수의 군민들이 우려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열린 공간’에서 군민들과 함께 하는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는 게 중요한 과제이다.

◇승강기산업밸리는 어떻게 이루어지나

지난 12일 서울프라자호텔에서 국내 승강기 관련 기업인들과 관계자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승강기밸리기업협의회’ 창립총회를 가졌다.

승강기산업밸리 조성사업은 침체된 국내 승강기 산업의 재활과 승강기 안전기반의 확보,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지난해 경상남도와 거창군,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 승강기 기업인들이 협력해 입안한 사업계획이다.

이를 위해 거창군은 남상면에 10만 평가량의 농공단지를 세우기 위해 올해 14억7000만원의 예산을 바탕으로 타당성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2012년 완료 계획 중에 있으며 완료시점에 이르러 ‘승강기 엑스포’를 개최할 계획이다.

승기협 관계자는 “승강기 기업인들이 승강기밸리 조성사업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며 “미래에는 거창 승강기산업밸리가 세계 승강기 산업의 글로벌 리더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거창군이 승강기산업 밸리 조성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는 승강기산업 진흥과 지역경제활성화를 위해서다. 승강기산업은 건축과 연계성이 높은 2만여 개 이상의 부품으로 구성된 복합구조산업으로, 초고층 빌딩이 잇따라 건립되면서 무한한 성장가능성을 가진 21세기 고부가가치 유망산업이다.

국내에 설치된 승강기는 36만여 대이며, 연간 2만5000여 대가 신규로 설치되고 있다는 게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 측의 설명이다.

거창군은 승강기산업밸리는 미래성장 동력산업인 만큼 △승강기 집적화단지 △승강기산업 연구개발센터 △한국승강기대학의 설립 배경과 진행 현황 등을 홍보하고, 적극적으로 기업유치를 추진하는 활동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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