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 농촌유토피아대학원 교수.

지방이 왜 소멸하겠는가? 첫째, 지자체의 역량이 부족해서이다. 단체장의 역량도 부족하고, 실무자의 전문성도 떨어지고, 민간영역과의 협치능력도 떨어진다. 그 이유는 다 알 것이다. 이유를 몰라서 이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지자체의 해결의지가 아예 없거나, 해결의지가 있어도 지자체의 역량을 강화해줄 기관이나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지자체가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역량을 강화해서 잘하고 있는 곳도 소수이기는 하지만 있다. 지자체 역량강화는 세 가지만 잘 하면 된다. 공무원에 대한 공정한 인사와 경제적 인센티브 제공, 그리고 제대로 된 역량강화 교육이다. 이 세 가지 중 하나도 되는 게 없는데 어찌 지자체가 잘 돌아가기를 대할 수 있을까.

둘째, 지역민의 포용력이 부족하다. 소위 순혈주의에 바탕한 성골, 진골, 육두품 나누기와 그에 따른 다양한 유착관계는 지방을 망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그리고 요즘은 도시에서 들어온 사람들이 부리는 역텃세도 있긴 하지만, 기존 선주민들의 텃세는 아직 엄청난 수준이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려는 것도 문제지만, 박힌 돌이 한사코 굴러온 돌 배척하는 것도 큰 문제다. 이른바 지방소멸 아니 지방멸종의 시대에 이렇게 난무하는 텃세와 역텃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지방소멸 문제 결코 해결할 수 없다. 고향을 떠난 젊은이들은 돌아올 생각이 전혀 없는데, 타향에 살아보겠다고 들어오는 젊은이들을 배척한다면, 10년 뒤 그 동네는 도대체 어떻게 될까.

셋째, 국가예산 배분의 문제이다. 하향식, 공모식, 중앙집권식으로 나랏돈을 배정하면 그게 지방 살리기에 과연 도움이 될까.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은 이미 다 증명되지 않았는가.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상향식 사업에 돈을 대주고, 지역의 자치권을 최대한 보장하고, 특히 선민후관, 민간이 먼저 씨앗을 뿌려 발아시킨 곳에 정부가 비로소 지원하는 형태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민간의 역량도 안 되고 의지도 없는데 그 지역에 돈을 뿌려봤자 밑 빠진 독에 물붓기이다. 누구 좋은 일만 시킬 뿐이다.

넷째, 선거제도의 문제이다. 군수, 국회의원, 지방의원, 조합장 선거 등은 한 마디로 요지경이다. 검은 돈과 지연, 학연, 혈연이 판치는 선거판은 갈수록 혼탁해지고 있다. 정책과 인물선거를 정착시켜야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무엇보다 지역민이 결연히 깨어있지 않으면 안 될 일이다.

다섯째, 이렇게 선거가 엉망이고 그로 인해 깜도 안 되는 사람들이 주요 직책을 꿰차게 되면, 지역행정 자체가 엉망이 되는데 이를 견제할 지역세력이 없다는 것이 큰 문제다. 사실 지역 비정부기구(NGO)가 제 역할을 하는 곳도 드물고, 지방의회도 이런 저런 인연과 이권에 얽매여 제 역할을 못하고, 마지막 보루인 언론도 관언유착으로 전혀 비판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어찌 독선과 부정부패가 지역에 만연하지 않겠는가.

여섯째, 지역을 살릴 창의적 아이디어가 없다. 그러니 서로 베끼고 앉아 있는 것이다. 순천만 정원이 잘 되면 온 나라가 정원을 만들고, 출렁다리가 잘 되면 전국 곳곳에 출렁다리가 출렁거리기 시작하고, 스마트팜이 잘 되면 온 농촌에 전혀 스마트하지 않은 스마트팜이 난무하는 실정이다. 창조적 상상력으로 타 지자체와 차별화하는 정책과 아이템을 만들어 전국 지자체가 모자이크로 상생해야 하는데, 남의 살 뜯어먹기만 하고 있으니 어찌 지방이 함께 망하지 않겠는가.

마지막으로 의료복지의 문제이다. 주거나 일자리와 더불어 의료복지가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문화시설도 없다. 우선 마을주치의, 의료생협, 융복합문화센터 구축 등등이 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지방을 회생시킬 방법은 참으로 많다. 답이 없는 문제는 없다. 요즘 말하는 무슨 킬러문항은 더더군다나 아닌데 말이다. 이러한 총체적 문제를 빠른 시일 내에 해결하지 않으면 지방은 곧 멸종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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