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도 주소만 이전했을 뿐
건물 간판도 상주직원도 없어

사천에도 1조원 투자계약 무산
아무런 후속대책도 제시 못해

박완수 경남지사 ‘격노’ 알려져
“실적 부풀리는 일 말라” 지시

부지소유자 “8월말까지 연장”
긍정적으로 사업 진행하기로

1조2500억원 규모의 함양 데이터센터를 짓기 위해 업무협약을 체결했지만, 부지매입금대을 지급하기로 한 7월 2일까지 계약금도 토지대금도 들어오지 않았다. 경남도 투자유치단장은 박완수 지사의 격노 사실이 알려지면서 임기 9개월 만인 6월 30일 퇴직했다. 사무실도 주소만 이전했을 뿐, 상주직원도 없어 추진동력에 의문이 일고 있다. <사진: KBS창원 캡쳐>

함양군에 1조2500억원의 데이터센터를 건립하겠다는 민간사업자가 약속한 날까지 부지매입 매매대금을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6월 16일 지급하기로 한 1차 약속에 이어 마지막 약속날짜인 7월 2일까지도 계약대금을 입금하지 못했다.

5일 함양 데이터센터 추진 관계자들에 따르면 부지매입대금 122억원을 비롯해 유치권 행사 7억원, 함양제강철거비용 21억원 등 200억원 가량의 부지대금을 2일까지 땅 소유주에게 지급하기로 했으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앞서 이 민간사업자는 사천시에도 1조원을 투자해 데이터센터를 짓기로 하고 6월 15일까지 토지매매 계약금 등의 절차도 없이 토지대금 전액을 지불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결국 대급 지급은커녕 아무런 후속대책도 제시하지 못하고 무산됐다.

사천시는 “땅값 200여억원을 구하지 못해 약속을 파기하는 것은 사실상 추진의지가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처음 방문한 자리에서 구체적인 투자규모나 사업계획에 대해 정확히 밝힌 것도 없을뿐더러, 이후 부지확보를 위한 후속조치들이 뒤따르지 않은 점 등을 볼 때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밝혔다.

특히 해당 민간사업자는 지난 4월 함양군에 사무실을 마련했다고 경남도에 보고했지만, 5월 16일 함양군청 주변인 함양읍 운림리에 법인 주소만 이전했지, 사무실 자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같은 건물에 있는 부동산 중개업체에 우편물만 쌓여 있는 형국이다.

이에 함양군이 쿠팡물류센터가 무산되면서 여론이 나빠지자 민간사업자의 말만 듣고 투자유치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분석 없이 급하게 사업을 추진했다는 지적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경남도는 함양 데이터센터 민간사업자의 투자금 유치 등 사업상황 등을 전반에 걸쳐 점검하기로 했다.

함양군민들의 걱정도 만만치 않다. 쿠팡 무산을 덮으려다 무리하게 일을 추진하면서 함양군의 행정만 낭비하지는 않겠느냐는 우려에서다. 한국화이바, 중동산업단지, 에디슨모터스 등 과시성 업무추진이나 치적 만들기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결국 군정발전과 복리증진은 구호로만 맴돌 수 있기 때문이다.

경남도 투자유치단장 결국 사직

권창호 경남도 투자유치단장이 사직했다. 권 단장의 임기는 오는 2024년 8월까지인데 6월말까지 근무하고 9개월 만에 사직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배경에 대한 말들이 무성하다.

경남도와 함양군, 민간사업자가 1조2500억원 규모의 함양 데이터센터 유치 업무협약을 체결한 이후 사업시행자에 대한 이행능력 검증부실 등 문제가 제기되면서 논란을 빚었고, 박완수 지사가 실국본부장 회의에서 역정을 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박완수 경남지사는 “실적을 부풀려 도정에 대한 신뢰를 추락시키는 것은 실적을 내는 것보다 더 나쁜 것”이라고 작심 비판했다. 함양군이 국내 최대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유치했다는 성과에 대해 비판 여론이 이어지자 나온 발언으로 추측된다.

권 단장은 지난해 9월 29일 박완수 지사의 제1호 공약인 투자유치 활성화를 목표로 개방형직위로 임용됐으며, 민선8기 역대 최대수준 투자유치 실적을 이끈 주역이다. 그는 인사혁신처의 정부 민간인재 영입지원으로 발굴한 인재로, 경남도에서 투자유치 전략수립과 국내외 기업 유치, 투자기업 원스톱 행정지원 등의 업무를 총괄했다.

박완수 “있는 그대로 사실 알려야”

경남도가 최근 부산에서 열린 투자유치 로드쇼에서 2조원이 넘는 투자를 유치했다는 성과를 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를 했지만, 사업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달 12일 열린 실국본부장 회의에서 박완수 지사가 격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지사는 “실적을 부풀려 도정에 대한 신뢰를 추락시키는 것은 실적을 내는 것보다 더 나쁜 것”이라며 “도정을 수행하면서 있는 그대로 사실대로 도민에게 알리고 잘한 것은 잘한 대로, 잘못한 것은 인정하고 도민에게 사실대로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달 30일 경남도가 15개 기업과 2조2337억원 규모의 투자협정을 맺었고, 이중 함양군에 1조2500억원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유치했다는 성과가 가장 돋보인 가운데서 나온 것이라 관계자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박 지사는 “각 부서에서 과다하게 사실이 아닌 내용 또는 과도하게 실적을 부풀리는 내용을 통해서 도정의 신뢰를 추락시키면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며 “저는 과다한 홍보나, 실적을 부풀리는 일을 결코 요구하지 않으니 간부들은 참고하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잘못한 부분은 솔직히 인정하고 개선하면 되는 것이고, 실적이 적으면 적은 대로 알리고 더 열심히 노력하면 된다”고 말했다.

박 지사의 이같은 질타는 함양 데이터센터 유치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가 확산되면서 나온 것이라 함양군의 입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태양광 발전사업도 별개로 포함

경남도와 함양군, 민간사업자가 함양군에 짓기로 업무협약을 체결한 데이터센터는 춘천시에 건립된 네이버 데이터센터 40㎿(메가와트)보다 7.5배 규모가 큰 300㎿ 수준으로 국내 최대 규모다.

하지만 실제로는 휴천면 목현리 함양제강(8만3015㎡·약 2만5000평) 자리에 100㎿로 계획하고 있다. 함양군 관계자는 “한국전력에 확인하니 보내줄 수 있는 전략 량이 현재로는 100㎿라서 이에 맞는 규모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간사업자의 사업계획서에는 대규모 태양광 발전사업도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면적은 33만㎡로(약 10만평) 규모로 대규모 산지훼손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데이터센터는 대규모의 발전시설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에 대한 사전검토는 없었다.

함양군 관계자는 “태양광 사업은 업무협약에 포함된 내용은 아니다”며 “민간사업자와는 다른 회사가 별도로 따라 들어와서 폐열로 태양광을 이용해 스마트팜 농장을 만드는 것으로 구상단계에 있다”고 해명했다.

함양제강 8만3000㎡ 부지를 소유하고 A사는 민간사업자의 동향을 유의 깊게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A사 대표는 “7월 2일까지 부지매입 대금은 입금되지 않았지만 서로 한발씩 양보해 긍정적으로 일을 진행시키기로 했다”며 “기한을 연기한 상태로 8월말까지는 결정이 나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영철 기자  achimstor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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