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검찰 불기소 처분한 사건
선관위 재정신청으로 기소

선거법상 기부행위 인정되지만
선거에 끼친 영향 적다고 판단

김윤철 합천군수가 1심에서 벌금 90만원을 선고받고 나오면서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합천군민들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앞으로는 주민들만 바라보고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사진: 서부경남신문>

김윤철 합천군수가 1심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 90만원을 받아 군수직을 유지하게 됐다.

창원지방법원 거창지원 형사합의부(김병국 부장판사)는 14일 오후 2시 열린 선고공판에서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 위반 혐의로 선관위의 재정신청에 따라 기소된 김윤철 합천군수에 대해 벌금 90만원을 선고했다.

선출직 공직자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100만원 이상 벌금형이 확정되면 당선 무효가 되지만, 김 군수는 90만원을 선고받아 직을 유지할 수 있다.

이번 사건은 합천군선거관리위원회의 고발로 창원지검 거창지청에서 사안을 수사했으나, 지난해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다. 그러나 선관위가 이에 불복해 재정 신청을 했고 법원에서 이를 받아들이면서 법정에 서게 됐다.

재정 신청은 검찰이 고소·고발 사건을 불기소했을 때 고소·고발인이 이에 불복해 법원에다가 검찰의 결정이 타당한지 판단해달라고 신청하는 제도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30일 “이 사건은 법원의 공소제기 결정에 의해 진행된 만큼 재판부의 ‘적의 판단’을 구한다”고 요청했다. 적의 판단이란 검찰이 구형하지 않고 선고 양형을 법원의 판단에 맡기는 것으로, 이른바 ‘백지 구형’이다

김 군수는 지난해 6월 지방선거 전인 3월 23일 합천읍 한 식당에서 지인 A씨의 딸이 운영하는 합천읍의 한 식당에서 B씨·C씨 등과 함께 6만6000원 상당의 음식물을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김윤철 후보와 20년 지기이며, B·C씨는 합천군 선관위 공정선거지원단 소속이었다.

그동안 5차례에 걸친 공판 과정에서는 김윤철 합천군수와 공정선거지원단 소속 이모씨 간에 누가 먼저를 식사를 제안했는지가 주된 법정 다툼이었다.

그 이유는 합천군선관위는 김 군수가 먼저 식사를 제안한 것으로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로 판단하고 이를 검찰에 고발했고, 사건은 이첩받은 경찰은 이씨가 먼저 김 군수에게 식사를 제안한 것으로 보고 김 군수의 기부행위의 목적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검찰도 경찰의 판단을 근거로 불기소 처분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사건 당시 경남도의원 신분으로 피고인은 합천군수에 출마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며 누가 먼저 식사를 제안했는지와 관계없이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선고 이전에 양형기준을 먼저 밝혔다. 이 사건은 양형기준에 따르면 벌금 50만원에서 300만원 사이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또 식대는 음료수 값을 제외한 6만5000원 상당의 음식물을 제공한 것으로 직권 상정했다.

재판부는 김 군수가 불리한 점은 “지인 김씨를 통해 비용을 부담하게 하여 선거구민 이모씨, 최모씨에게 식사를 제공한 것으로 기부행위는 선거가 후보자의 인물·식견·정책을 평가받는 기회가 되기보다는 후보자의 자금력을 다루는 것이 되기에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고, 기부행위 대상자가 선관위 공정선거지원단 소속이었다는 점에서 엄중히 다룰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반면 유리한 점은 “이 사건의 행위가 합천군수로 당선되는데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았고, 동종범죄로 처벌받거나 벌금형 이상의 형을 처벌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김 군수에게 벌금 90만원, 지인 김모씨에게 60만원의 벌금형을 내리면서 “합천군이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데 군수로서 합천군의 군정발전을 위해 노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김윤철 합천군수는 “법원 판단을 존중하고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몸가짐을 바르게 하겠다”면서 “군민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고 앞으로 군민만 보고 합천군 발전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newsnuri@hanmail.net

<저작권자 © 서부경남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