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에 발전기 67기 설치

     1기 규모는 33층 아파트 높이

     산자부 인허가 26일 판가름

     소음과 저주파 피해 등 우려

영호남 주민들이 12일 함양군청 정문에서 백두대간 풍력발전소를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함양군과 군의회가 앞장서 풍력발전단지 설치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하게 산자부에 전달해 달라”고 요구했다. <박철 기자>

백두대간에 풍력발전소를 설치하려고 하자 영호남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12일 경남 함양군과 전북 장수군 주민들에 따르면 더윈드파워 등 3개 업체가 백두대간과 금남호남정맥 지역에 대규모 풍력발전단지를 개발하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에 인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장수 풍력발전단지는 장안산과 영취산, 백운산, 지지계곡에 5588억원을 투입해 기당 3㎿ 규모의 풍력발전기 67기(덕산 25기·장수 22기·장안산 20기)를 설치하는 사업이다.

발전기 1기는 높이 90미터, 날개 지름 115미터 크기로 33층 아파트 높이와 맞먹는다. 주민들은 “풍력발전기가 세워질 곳과 민가의 거리가 가까운 곳은 350미터에 불과하며 3개 마을이 1300여미터 안에 있어 소음과 저주파 피해는 물론 정신건강에도 악영향이 우려된다”고 호소했다.

장수군은 7개 읍면(2만3254명) 가운데 5개 읍면(1만9270명)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반대의견을 밝혔다. 장수군의회도 “가야시대 문화유적인 봉수 21곳, 산성 7곳, 고분 239기 등을 발굴해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노력하는 장수에 대한 자산 파괴행위를 중단하라”고 결의문을 채택했다.

최용득 장수군수는 “백두대간 생태계 파괴는 물론이고, 장수군의 청정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사업추진 과정 중 마을주민 간의 갈등마저 야기하고 있어 매우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함양군 풍력발전반대 대책위원회는 이날 군청 정문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풍력발전기는 날개 소음과 귀에 들리지는 않지만 피부를 통해 피해를 주는 저주파 소음이 3㎞ 이상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자연환경뿐 아니라 주민 건강에도 큰 위험이 된다”고 말했다.

한편 장수 풍력발전단지 조성사업 추진 여부는 오는 26일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산자부 전기위원회는 이날 위원회를 열고 재무능력, 기술능력, 수행여부 등 사업신청을 심의한다.

◇백두대간의 핵심 보호구역= 전북녹색연합은 풍력발전소 개발은 장안산을 보전하는 공익적 가치보다 적다고 주장한다. 이곳은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이며 삵과 담비, 수달 등이 서식하는 야생동물보호구역으로 자연 생태계 보호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핵심 지역이다.

장안산 일대는 전라도의 핵심 산림생태축인 금남호남정맥(전북 장수 장안산에서 무주 주화산까지 65㎞에 이르는 옛 산줄기)의 중심축이며 산림청의 보호구역에 해당한다.

이곳 사업지구는 지난 2012년 국립환경과학원 생태·경관 우수지역 발굴조사에도 산지계곡 지형과 보전상태가 양호한 식생이 어우러진 생태우수지역으로 고유종 31종을 포함한 956종의 다양한 야생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핵심생태축인 백두대간과 금남호남정맥 지역으로 절대 보전해야 할 곳으로 분류됐다.

전북환경운동연합은 업체가 산자부에 허가 신청서를 제출하기 위해 받은 장수읍 노곡리, 신덕산, 범연마을 주민동의서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주민동의서는 70%이상 받았지만, 주민동의 과정과 몇몇 이장이 주민동의서를 받은 뒤, 뒤늦게 주민설명회를 하는 것은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전북도의 정책 자리 잡고 있어= 전북도는 지난 2015년 성장동력산업으로 ‘육상 풍력발전단지’ 조성 사업을 야심차게 추진해왔다. ‘풍력발전의 메카’로 만들겠다는 거창한 구호를 내걸었지만 사전 주민 의견수렴이나 환경성, 경제성 평가 등을 배제한 채 출발한 사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천연 자연자원인 바람을 녹색자원 에너지로 활용하기 위한 프로젝트는 지난 2010년부터 추진한 사업이지만 소음과 저주파 피해, 경관훼손, 대기업 중심 투자에 따른 공공자원의 혜택이 도민에게 돌아오지 않는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물론 최종 인허가 결정권은 산자부에 있다. 앞서 서부지방산림청은 사전검토 결과, 백두대간 지역이기 때문에 불허가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사업지구 대부분이 국유지라 산자부의 결정에 따라 풍력발전단지 조성 사업이 판가름 나게 된다.

장수군과 군의회, 지역주민들, 환경단체까지 하나로 뭉쳐 사업 허가 반려를 촉구하고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함양군 주민들과 단체도 반대 나서= 백두대간에 풍력발전소를 설치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자 전북 장수군 장계면과 이웃한 경남 함양군 서상면 주민들도 팔을 걷어붙이고 본격적인 반대 운동에 나섰다.

지역주민들은 서상면 풍력발전반대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함양시민연대, 함양군농민회, 함양노동자연대, 녹색당함양분회 등 함양지역 시민단체들과 함께 함양군 풍력발전반대 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여기에 진주환경운동연합과 지리산생명연대도 힘을 보탰다.

함양군 서상면 곳곳에는 지역주민들 명의로 백두대간에 설치되는 장수 풍력발전단지를 반대하는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박철 기자>

함양군 풍력발전반대 대책위원회는 12일 “산자부는 민간업체의 장수풍력단지 사업 신청을 기각하고, 전북도청은 국토 대동맥 백두대간에 설치하려는 풍력발전단지 계획을 철회하라”고 밝혔다.

대책위는 함양군과 함양군의회를 향해서도 쓴 소리를 뱉었다. 경계가 전북 장수이지만, 실질적으로는 함양도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들은 “함양군과 군의회는 백두대간 풍력발전기 설치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산자부에 반대 입장을 분명하게 전달하라”고 요구했다.

박철 기자  barkc@seob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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