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연극제 논란 빨리 매듭짓고
지역에 발전되는 방향으로
좌표를 정하는 게 바람직 해

지금은 상표권 논란보다
연극제 어떻게 정상화시킬지가
더욱 큰 관건으로 지혜 모아야

지난해 어느 정도 매듭이 지어진 거창연극제 문제가 최종 마무리를 앞두고 진통을 겪고 있는 모습이다. 거창군이 상표권 기여도에 대한 비용으로 약속한 10억원 지불기한인 1월31일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군의회가 22일과 29일 임시회를 열기로 하면서 처리 방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안건 중에 추경예산안도 있기 때문이다.

거창국제연극제 집행위원회와 시민단체는 연초부터 한바탕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지난 5일 ‘함께하는거창’은 지난해 12월 경남도에 거창군의 ‘거창국제연극제 상표권 매입 계약’, 관련 제반사항에 따른 거창군의 예산 낭비에 대해 경남도에 감사 요청 민원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이어 “거창국제연극제 상표권 등록일자는 2019년 10월1일이고, 거창군이 민간단체와 ‘거창국제연극제’ 상표권 매입 계약을 한 날짜는 2018년 12월24일”이라고 주장했다. ‘거창국제연극제’라는 상표권을 거창국제연극제 집행위원회가 정상적으로 취득하기도 전에 거창군이 매입 계약을 체결했다는 것이었다.

또한 “1997년 12월부터 행정 및 재정 지원이 시작됐으나 보조금 사용에 대한 거창군의 감사와 행정지도가 극심히 부실해 불과 10여년 만인 2008년도에 총체적 부실 평가와 함께 보조금 정산 문제를 둘러싸고 계속적인 논란을 일으켰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거창국제연극제 집행위원회 대표가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는 등 보조금 정산은 투명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거창국제연극제발전위원회가 발끈했다. 지난 5일 "시민단체 ‘함께하는거창’은 명예를 더럽히지 말라”는 반박 성명을 통해 ‘함께하는거창’의 주장이 허위라고 비난했다.

발전위원회는 “특허청에 공개된 바와 같이 ‘거창국제연극제 KIFT’ 상표는 2010년 7월21일 등록됐고, 이는 누구나 쉽게 확인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는 것은 무지하거나 의도적인 주장으로 군민을 이간질하려는 의도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또한 “집행위 대표가 벌금 500만원 실형을 선고받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집행위는 2008년부터 2016년 초까지 극소수 음해세력이 제기한 여섯 차례의 거창국제연극제 보조금 형사고발 사건에서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 시민단체의 주장이 허위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시민단체의 주장은 사실과 어긋난 부분이 있었다. 같은 이름으로 두 개의 연극제 개최가 준비되며 논란이 된 것은 지난 2017년이었다. 당시 법원은 거창연극제 집행위원회에 상표권이 있음을 인정하며 거창군이 상표권을 쓰면 안 된다고 판결했다. 오래전 상황이 아닌데도 제대로 사실을 확인하지 않고 아니면 말고 식 주장을 편 것으로 비쳐질 수 있는 것이다.

거창연극제 대표가 연극제 보조금 정산 문제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른 부분이다. 거창연극제 대표가 실제로 벌금을 받았던 사안은 있으나, 2005년부터 2009년까지 경남예총 회장으로 있을 때 보조금을 반환하지 않고 운영비로 쓴 혐의 때문이었다.

당시 법원은 “횡령한 금액이 많지 않은 데다, 대부분을 행사를 치르기 위한 판공비로 사용한 점이 인정되고 변호사에게 자문하고 나서 모금 활동을 한 정황 등을 참작해 벌금형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거창연극제와 관련된 보조금 문제가 아니었다.

거창연극제는 지금까지 운영과 관련해서 사법처리가 된 사례가 없다. 보조금 사용과 관련해 지난 2014년 감사원의 감사를 받아 고발됐으나 검찰의 조사 과정에서 무혐의로 결론 났다. 2014년 당시 감사원 감사는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세월호 다큐영화 <다이빙벨> 상영으로 정치적 탄압을 받고 있던 부산영화제를 표적으로 했다는 주장이 나올 만큼, 문화예술단체에 대한 전반적인 감사가 치밀하게 이뤄졌다.

문화예술행사 중에는 몇 군데 정도만 집중적인 감사의 대상이 됐다. 이 과정에서 여러 건이 고발됐음에도 불구하고 모두 무혐의가 나왔다는 것은 보조금 사용에 있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음을 확인시켜 준 사례였다.

거창연극제 문제는 빨리 매듭짓고 지역에 발전이 되는 방향으로 좌표를 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하지만 거창군이 거창연극제와 합의한 이후 일고 있는 논란은 소모적이다. 시민단체가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해 공신력을 떨어뜨려 놓고도 아무렇지도 않은 척 넘어가려 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사실 거창연극제의 파행 과정을 따지고 올라가면 거창군의회의 책임도 상당하다. 거창군이 직접 주관해야만 예산을 줄 수 있다고 한 것도 거창군의회였고,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기조를 무너뜨리고 거창군의 직접적인 운영을 종용한 것도 군의회였다. 법적으로 상표권을 가져오지 않고는 직접적인 개최가 불가능해진 상황이었고, 법원 판결마저 불리하게 전개되면서 거창군은 상표권 매입을 통해 더 큰 파행을 벗어나려고 했다.

물론 시민단체가 거창군과 거창연극제 집행위원회 합의과정에서 문제를 충분히 지적할 수 있으나, 발전적인 대안 없이 그냥 소모적인 주장으로만 일관하는 태도는 아쉬운 부분이다. 이는 거창군의회도 마찬가지다. 거창연극제 집행위원회도 군민들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뼈아픈 자성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지금은 어느 것이 지역의 문화발전에 도움이 되는지 고민해야할 때다.

특별취재팀  newsnur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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