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이가 없다
나는 아이가 없다
아이가 있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내 앞으로 뛰어가는 아이를, 얘야, 하고 불러
멈춰 세운다는 것은, 그때 저 앞에 정지한 그림자가
내게서 떨어져 나온 작은 얼룩임을 알아챈다는 것은
아이의 머리칼에 붙은 마른 나뭇잎을 떼어준다는 것은
그것을 아이에게 보여주며
이거 봐라, 너를 좋아하는 나뭇잎이다
라고 말하며 웃는다는 것은
내가 죽어도 나를 닮은 한 사람이 죽지 않는다는 것은
먼 훗날 내 죽음을 건너뛰고 나아갈 튼튼한 다리가
지금 내가 부르면 순순히 멈춰 선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축복이란 무엇일까. 인생은 매 순간이 축복이라고 하지만 하루하루를 버텨내며 사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욕심도, 미련도, 명예도 내려놨지만 가슴 속에 웅크리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모르겠다. 멀쩡한 삶과 쉼 속에서 찾아야 할 일, 나는 어디쯤 와 있을까. 축복을 생각하면서 엉뚱한 길로 또 들어서고 있다. 시인은 시를 쓸 수 있어 축복이라고 한다. 내게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기뻐하는 일, 쉽지만은 않지만 그게 축복이란 걸 매순간 기억하고 싶다. 내겐 바로 일상이, 그리고 당신이 축복이다. <우민>

서부경남신문  newsnur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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