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 신원면, 44명 모두 외지인
57건 중 47건 허가, 10건 진행

함양 서하면, 13명이 쪼개기 수법
돈벌이수단 전락하며 원성 높아

감사원, 소형 태양광 우대 혜택
위반사례 700여건 확인해 조사

거창군 신원면 예동마을 주민들이 7만1429㎡(2만1600평) 부지에 5700㎾의 태양광 발전시설 허가가 난 사실이 알려지자 강력히 반대하고 나섰다. 신청인 44명은 모두 외지인들로 쪼개기 수법으로 57건의 사업을 신청했다. <사진: 경남일보>

태양광 발전시설 허가를 받기 위해 땅을 쪼개서 신청하는 편법이 난무하고 있지만 현행 법령에는 이를 막을 방도가 없어 애꿎은 주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지자체도 속만 태우고 있어 태양광발전시설 건설 허가의 근거인 ‘전기사업법’을 시급히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업체들이 지번을 쪼개서 태양광발전소 건립을 추진하는 것은 군의 허가만으로도 사업을 쉽게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남도는 태양광 발전사업 허가권이 1000㎾ 이하는 각 시군에서 관할하고, 1000~3000㎾는 도청에서 허가를 받는 것으로 규정돼 있다.

지자체는 태양광 발전시설 허가신청이 들어오면 해당 부서에서 서류검토와 결격사유 등을 1주일간 검토하고, 관련부서와 마을 이장을 통해서 2주일간 주민의견을 조회하는 것이 유일하다. 사정이 이러다보니 업체가 신청을 하면 대부분 허가가 나오는 실정이다.

유일한 제재수단이 산지전용허가와 개발행위허가에서 막는 것인데, 별다른 결격사유가 없으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태양광 발전시설은 해당부서, 산지개발행위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도시건축과에서 허가를 결정하는 이중 구조를 취하고 있다.

주민들은 태양광 발전시설을 막기 위해 행정소송도 불사하고 있지만 쪼개서 신청하면 이를 빠져나갈 수 있는 것이다. 신재생에너지란 태양광 발전시설이 오히려 지목이 논밭인 곳에도 들어서면서 환경파괴와 주민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 현재 농촌의 상황이다.

거창 신원면 고지대에 태양광

거창군 신원면 중유리 예동마을에 대규모 태양광 발전시설 허가가 난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민들이 강력히 반대하고 나섰다.

21일 거창군에 따르면 신원면 예동마을 1012-12번지 외 7필지 7만1429㎡(2만1600평) 부지에 5700㎾의 태양광 발전시설을 신청했다. 신청인은 모두 44명이지만 7명이 2~5건으로 중복해 신청하다보니 사업건은 57건에 이른다.

이들 역시 99.9㎾ 규모로 쪼개기 수법을 사용했다. 최초 허가신청은 지난해 12월 22일 신청을 시작해 2월 15일까지 3개월 동안 7번에 걸쳐 인허가를 신청했다. 57건 가운데 47건은 허가신청이 완료됐고, 4월 12일부터 시작된 10건은 현재 인허가 처리 중이다. 같은 지번을 쪼개서 인허가를 신청했지만 현재 법규로서는 이를 막을 방도가 없다.

특히 신원면 중유마을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신청한 44명은 모두 외지인들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민들은 비판수위도 높은 상황이다. 주민들은 “같은 지번을 쪼개서 태양양광발전소 건립을 추진하는 것은 환경영향평가를 회피하기 위한 업체의 꼼수이자 편법”이라고 주장했다.

더구나 이들은 “태양광발전 사업이 아니고 농사를 지을 것처럼 농업경영계획서를 거창군에 제출하는 방법으로 농지자격취득 증명서를 발급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판이 더욱 거세다.

주민들은 태양광발전 목적의 개발행위허가 신청에 강하게 반발하며 주민의견 없이 발전시설 허가를 내준 거창군에 이의제기와 함께 사업자를 농지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고, 앞으로 집회 등 실력 행사도 불사한다는 각오다.

해당 지역 주민자치 심의위원들은 “사업자의 농지취득자격증 심사에서 농사를 짓겠다고 해서 농지취득자격증을 내줬는데 태양광발전 시설 설치의 목적이었다면 농지취득자격증을 발급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지법 제6조에는 농지는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소유하지 못한다라고 규정돼 있다.

그러면서 “심의위원들한테 태양광발전 시설 설치 목적을 사전에 서류상이나 구두라도 알려줘야 하는데 알리지 않은 것은 주민들을 속이고 무시하는 처사로 밖에 볼 수 없다”며 “농지취득자격증명서 발급을 위한 허위 계획서인 영농계획서를 제출해 자격증명서를 취득해 사업자들에게 면죄부를 줬다”고 주장했다.

거창군은 해당 시설 허가는 절차에 따른 것으로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군 관계자는 “해당 시설 허가는 조례 등에 따라 적법한 절차를 밟아 진행 된 것”이라며 “심의위원회 통보 등 사전 공지는 전기시설허가와는 관계가 없다. 주민공청회 등은 다음 단계인 ‘개발행위’ 허가 단계에서 처리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함양군 우전마을 매주 집회 나서

재생에너지를 활성화한다는 명목으로 무분별하게 들어서는 태양광 설치에 주민들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14일 함양군에 따르면 지난 2월 8일 서하면 봉전리 우전마을 550번지 일대에 신청한 태양광시설은 부지면적 1만5866㎡(4800평)에 총 1500㎾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일반가정집에 설치된 태양광 3㎾에 비교하면 500배에 달하는 규모로 100~200㎾씩 쪼개 13명이 신청허가를 냈다.

특히 태양광발전시설은 1000㎾이상은 경남도에서 허가를 득해야 하기 때문에 100~200㎾로 쪼개 신청한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이 경우 군의 허가만으로 사업을 용이하게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태양광 사업을 신청한 13명 가운데 1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외지에 거주하는 이들이라는 것도 반감을 더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라는 명목으로 농경지를 잠식하는 태양광 시설이 외지인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변질되는 셈이라 주민들의 반대 목소리도 높다.

주민들은 “황석산 일대는 등산인구와 ‘황석산성’ 관광객 등이 즐겨 찾고 있는 곳으로 마을을 기점으로 한 등산로와 펜션 숙박시설을 갖춘 ‘캠핑장’ 등은 태양광 시설과 가까워 자연히 이용인구가 줄게 되면서 그 피해가 자명하다”고 목청을 높였다.

우전마을은 현재 47가구 80명으로 상당수 귀농인이 포함돼 있다. 근시안적 태양광 사업이 주민들을 더욱 몰아내며, 귀농·귀촌 지역으로 각광받는 곳이 태양광 시설로 인해 유입인구가 줄어들 우려로 우전마을 주민들은 올해 1월부터 매주 함양군청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장병철 우전마을 이장은 “살기 좋은 곳으로 유명한 우전마을에서 오랫동안 잘 지내왔는데 갑자기 태양광 시설이 설치되면 마을경관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 주민들과 어떠한 상의도 없이 진행되는 태양광 시설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함양군도 고민은 마찬가지다. 현행법상 산지개발행위를 제외하고는 절차상 문제가 없는 사업에 대해 개발허가를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함양군 관계자는 “모든 사항을 면밀하게 검토하여 주민들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함양군 서하면 우전마을 주민들이 14일 군청 정문 앞에서 “태양광 시설 허가를 취소하라”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올해 1월부터 매주 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사진: 독자제공>

감사원, 태양광 비리 무더기 적발

감사원은 13일 전임 정부시기에 진행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서 수백건의 비리 혐의를 적발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이 적발한 사례에는 군산시장과 산업통상자원부 전직 과장도 포함됐다.

감사원은 2022년 10월부터 2023년 2월까지 4개월에 걸쳐 특혜·비리 의혹이 있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점검한 결과 공직자들이 민간업체와 공모해 인·허가나 계약에서 특혜를 제공한 사례를 발견했다. 감사원이 수사를 요청한 대상자는 비위 혐의가 드러난 38명이고, 이 가운데 13명은 직권남용, 사기, 보조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 과장급 공무원은 태양광 업체에 특혜를 준 뒤 그 업체 대표로 재취업했다. 전북 군산시장은 지인 업체와의 계약을 밀어붙여 시에 110억원 규모 손해를 끼치기도 했다.

감사원의 신재생에너지 사업 감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번 수사 요청 대상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감사원은 태양광 사업에 관여한 8개 공공기관 소속 직원 250여명을 비위 추정 사례자로 확인, 추가로 조사 중이다.

또한 소형 태양광(100㎾ 미만) 우대 혜택(가중치 우대 및 장기간 안정적인 수익보장)을 기반으로 하는 신재생 보급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관리 소홀 등을 틈타 우대 혜택을 노린 일부 사업자들의 위법 부당사례에 대한 최종 감사결과는 감사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확정할 예정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농업인 혜택 등을 노리고 위조·말소된 증빙서류 제출, 농업인 자격 상실 이후에도 혜택유지, 증빙설 미체출, 우대한도 위반 등의 위법·부당사례를 확인·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위반사례는 총 700건 내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 2일 기준으로 전국에서 운영 중인 산지 태양광은 1만5220곳으로 집계됐다. 산지 태양광 허가는 지난 2016년 917건에서 2018년 5553건으로 급증했다. 신재생에너지 활성화 정책으로 허가를 남발한 탓이 원인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영철 기자  achimstor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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