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읍 낙원사거리 로터리를 지나는 주민들은 모처럼 밝은 표정을 짓는다. 진병영 군수 취임 후 제대로 된 일 하나 한 것 같다고 말한다. 취임 후 1년이 넘도록 전임 군수가 추진하던 일의 마무리하기에 급급하다는 것을 인정한다. 취임 2년차를 맞은 군수로서는 치적이 될 만한 진병영표 사업을 추진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마주하는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전임 군수 때부터 시작된 일이긴 하지만, 쿠팡이 들어오고 일자리 몇 백개가 생긴다고 몇 년간 호들갑을 떨었는데 결과는 얼마나 허망한가. 1200억원 이상이 투입된 대봉산휴양밸리 관광단지가 완공되면 함양발전을 위한 도깨비 방망이 구실을 할 것처럼 허풍을 쳐왔으나 지난해 20억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또 1조2500억원이 투자되는 국내 최대의 전자 데이터센터 유치를 발표했으나 사업자의 형편없는 자본력으로 사업자체가 너울성 파도처럼 사라졌다. 함양군은 늑대소년이 되어가고 있다. 군민들을 군정에 냉소를 보내게 만든다. 행정을 불신하게 하고 있다. 지난 일들을 거울삼아 신중한 접근과 추진을 요한다. 군수가 추진하는 일은 군정발전과 주민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지금 함양군은 투자선도지구의 유지, 군수공약사항 이행 등 정치력을 발휘해야 할 난제들이 많다.

무엇보다 군의회와의 관계정립이 시급하다. 군의원은 ‘조자룡 헌칼 쓰듯’ 권한을 행사하려 의사봉을 휘두르고 있다. 군의원들은 선거 때의 낮은 포복과 달리 당선되는 순간, 군민이 위임한 권한을 무소불위의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듯하다. 이를 두고 사람들은 ‘정지 가시나 기생된 기분’인 것 같다고 한다.

군수는 이러한 군의원들을 설득하여 더불어 군정을 협의해 나가야 한다. 함양군의회는 지난달 집행부가 제출한 총괄요구액 216억원 중 26%에 달한 57억원을 삭감한 올해 제2회 추경예산안을 확정했다. 의회에서는 삭감이유로 ‘그동안 새로 지은 건물 중 애물단지로 전락한 건물들이 많아 되도록 방치된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방식으로 공간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불요불급한 예산을 삭감했다고 한다. 백번 맞는 말이다. 비록 정부공모 사업이라도 불요불급한 사업은 삭감되어야 마땅하다.

예산의 낭비는 결국 주민에 대한 배신이다. 낭비를 없애고 절약하는 생활은 지역발전을 시키는 보이지 않는 힘이 된다. 다만 예산삭감은 합리적인 합당한 이유가 있을 떼 정당화될 수 있다. 그런데 이번 추경심의과정에서 감정이 개입되는 예산안 심사를 진행하면 안 된다는 일부 양식 있는 의원과 무분별한 삭감을 요구하는 의원들 간의 설전을 벌인 것이 알려지면서, 이번 예산안 삭감이 의원들의 감정이 개입된 정황이 드러나 군민들을 씁쓸하게 하고 있다.

집행부는 이번 삭감의 원인을 불요불급한 예산의 삭감이라기보다 군의회 의장과 집행부 간부와의 갈등 표출, 일부 군의원의 소규모주민사업의 직접 집행권 요구, 무소속인 군수와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의 힘겨루기 등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집행부와 의회는 군정발전 수레의 양 바퀴와 같다. 서로 조화롭게 역할을 해야 한다.

또 함양군이 추진하는 현안사업 중 논란이 일고 있는 것들이 있다. 하나는, 오도재터널 공사다. 기점을 잘못 택해 사업의 목적성과 효율성에 대한 회의를 나타내는 군민들이 많다. 오도재길의 도로안전성평가 종합위험은 95.6%로 사고위험성이 매우 높다. 심사위원들은 사업의 필요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함양군은 오는 12월까지 경남도 타당성조사를 실시완료하고 이르면 2024년 실시설계용역에 들어간다는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오도재터널은 휴천면 월평리에서 마천면 구양리를 잇는 터널길이 1.78㎞를 포함해 다리 2개,접속도로 등 모두 4.1㎞구간으로 총사업비 848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터널공사 시작점이 주민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함양읍 조동마을 앞이 아니라 가파르고 꾸불꾸불한 지안재 고개길 300m 이상을 올라가 1.5㎞가량을 더 지나야 도착하는 산허리에 위치한 오도재 캄핑장입구에서 터널공사가 시작된다.

지금도 폭설이 내리는 경우 지안재는 급경사와 굴곡이 심하여 겨울철 강설 및 결빙에 따른 교통 통제를 조동마을 앞에서부터 실시하며 통제기간이 연평균 60여일에 육박한다. 기상변화에 따른 이상기후로 향후 잦은 폭설이 예상됨으로 지금의 계획대로 하면 1000억원에 가까운 예산이 투입될 터널공사는 자칫 무용지물이 될 공산이 높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오도재터널이 제 기능을 발휘하려면 출발기점이 조동마을 앞이 되어야한다는 여론을 깊이 새겨 들어야할 것이다. 서두르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대봉산 모노레일을 산등성이로 설치할 것이 아니라 산 높이의 7부에서 8부 능선으로 설치해야 한다는 여론을 무시하여 사고의 위험성이 상존한다는 지적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또 하나는, 지곡면 시목마을에서 안의면 방정마을로 연결되는 농월정관광지 연결도로 개설공사도 논란이다. 이 도로는 사업비 114억원을 들여 터널 0.2㎞, 폭 8m 규모로 진행될 예정이다. 더구나 교통량도 없고, 시급한 현안사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군비가 65억원 가량 투입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상·서하 주민들은 도로개설을 선호한다. 함양읍에 가기 위해서는 대전통영고속도로 서상나들목(IC)을 이용하거나 안의면을 둘러가야 하는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안의면 주민들은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농월정이 예전의 명성을 잃고 관광객이 줄어든 상황에서 새롭게 개설되는 도로는 안의면으로 유입되는 차량과 사람들을 분산시켜 오히려 터널이 포함된 도로가 개설됨으로 안의면 전체의 상권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안의사람들은 안의면에서 지곡면 대전통영고속도로 지곡나들목(IC)까지 4차선으로 도로를 확장하고, 안의·서하 서상간 기존 도로 역시 2차선을 4차선으로 확장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오도재터널이나 농월정 연결도로 터널 개설은 하나의 안을 고수할 것이 아니라, 몇 개의 대안을 만들어 최적의 안을 모색할 것이 요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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