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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에 우후죽순 들어서는 ‘태양광시설’

신재생에너지 정책이 왜 이리 이율배반적인지 모르겠다. 친환경적 에너지인 태양광 전기를 농촌 환경을 해쳐가며 생산할 수 있도록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부추기고 있어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이끌고 지자체가 실행에 옮기는 구도다.

올해 초 산업통상자원부가 각 지자체에 주거지역과 태양광시설과의 이격거리를 설정할 때 최대 100m로 한정해 조례에 담을 것을 권고한 이후 이에 부응해 기존 조례를 개정하는 지자체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함양군은 11월말 함양군의회가 의결한 함양군 태양광 설치조례 일부개정 조례를 공포했다. 함양군의회는 11월 3일 임시회를 열어 태양광 발전시설 이격거리를 도로는 현행 800m에서 300m로, 주거지는 500m에서 400m로 규제를 완화한 ‘함양군 군계획 일부개정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그리고 ‘꼼수 조례’라는 오명을 갖게 된 5년 이상 거주자에 본인, 배우자, 직계존비속이 모두 포함되면서 태양광 설치를 99.9㎾ 이하 규모로 땅을 쪼개서 신청하는 편법을 사용하면 현행 법령을 모두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다.

100㎾ 시설이란 한시간당 100㎾를 생산할 수 있는 태양광발전소를 말한다. 지자체는 소규모로 태양광사업을 하고자 하는 주민들을 위해 조례를 개정했다고 하지만, 우리나라 가정의 한달 전력 사용량이 300~400㎾임을 고려할 때 100㎾ 시설은 적지 않은 규모다.

이 시설을 설치하는데 보통 1650㎡(500평)의 땅이 필요하다. 함양군의 경우 축구장 4분의 1 크기의 발전소들이 마을에서 고작 200~300m 떨어져 들어서는 셈이다. 게다가 100㎾ 미만은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가중치가 1.2로 20%의 혜택을 더 줘서 눈독 들이는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다.

신재생에너지 생산을 반대하는 게 아니다. 농촌 주민들의 생활권만큼은 존중해달라는 얘기다. 파괴는 순간이지만 복원에는 많은 시간을 요한다. 규제를 완화하면 마을 지척에 태양광시설이 우후죽순 들어설 것은 불 보듯 뻔한 일 아닌가. 상황이 이런데도 설상가상 정부는 최근 이격거리 규제 적용유예규정을 도입하겠다는 추가 자료까지 내놨다.

아무리 말발 약해진 농촌이라지만 주민 동의 없는 난개발은 안 된다. 이 사안에 대해서만큼은 농림축산식품부도 자기 목소리를 내야 한다. 내년 3월 시행되는 ‘농촌공간 재구조화 및 재생자원에 관한 법률’을 주도한 곳은 농식품부다.

서부경남신문  newsnur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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