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다 관객으로 자부심이 높았던 연극제는 2년 만에 반 토막이 났다. 전체 예산은 70%가 줄었고, 전체 공연이 줄어든 규모도 비례한다. 우여곡절 끝에 개최는 되지만 당분간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라, 전체적인 기상도는 흐림이다.

최근 각종 소송과 정부지원금 중단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거창국제연극제는 잘 나가던 행사도 외부의 간섭이 지나칠 경우 한 순간에 몰락할 수 있는 대표적 사례로 꼽히고 있다. 내부의 문제점도 있지만 지역의 대표적 축제가 퇴보하고 위축되는 모습은 거창지역뿐만 아닌 매해 거창연극제를 찾는 관객들에게도 불편함으로 자리하는 건 분명해 보인다.

거창연극제 혼돈의 출발은 2014년 이종일 집행위원장이 밀려나고 정주환 위원장이 취임하면서부터였다. 표면적으로는 보조금 정산의 투명성 등 문제로 군청의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것이었으나, 지방선거에서 당시 이홍기 군수를 지지하지 않고 상대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인해 정치보복을 당했다는 것이 이 위원장 측의 주장이다.

반면 정주환 전 위원장 측은 이종일 위원장의 법인 운영 과정에서 문제점 등을 제기하며 정상화를 위해 애썼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거창연극제를 25년 넘게 일궈온 연극 전문가가 배제되면서 거창연극제는 배가 산으로 간 형국이 됐다. 그해 개막공연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심사 조작이 됐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었다.

결국 지난 2년 간 거창연극제는 내리막길로 치달았다. 2010년 최고 20만 관객에서 2015년 10만 명 안팎으로 전체 관객 수도 줄었다. 또 문화체육관광부 축제평가등급에서 D, F의 최저 등급을 받았다. 내부 논란도 벌어졌고, 이종일 위원장이 다시 거창연극제에 복귀하는 과정에서 양측이 소송을 벌이고 있는 상태다.

거창연극제 사태는 지난 4월 선거에서 양동인 군수가 취임하면서 가닥이 잡힌 모습이다. 양측의 소송과정에서 거창군이 외부 인사를 운영위원장에 임명하며 개최 주체가 이원화될 수 있는 상황이었으나, 양 군수가 취임한 이후 군에서 국고 지원은 안하기로 결정됐다. 결과적으로 이종일 위원장이 올해 행사를 끌고 가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거창군의 태도도 성급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군수 재선거를 앞둔 상태에서 외부 인사 위촉을 강행해 논란만 키웠기 때문이다. 애초 군청의 지원을 받아 올해 연극제를 주관하려했던 인사들은 지난 5월 12일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양동인 군수의 결정을 비판했으나, 이들이 지역 연극제에 애정이 깊은 사람들이라고 볼 수는 없고, 거창국제연극제 포기하려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지는 부분이다. 솔로몬의 판결에 나온 실제 아기엄마처럼 이종일 위원장이 예산 지원이 없어도 떠안고 가겠다는 각오이기 때문이다.

거창국제연극제가 20만 관객에 육박하던 2010년 모습.

한편 이종일 위원장은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4월 중순 거창군으로부터 예산 지원 불가 입장을 통보받은 이후 기업 협찬을 받기 시작했다”며 “8개 기업의 협찬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이어 “작년 예산이 10억이었으나 올해는 3억에 불과해 초청 팀과 나라가 많이 줄었고, 티켓 가격도 1만5000원에서 1만7000원으로 인상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성하훈 기자  seonghh@seobunews.com

<저작권자 © 서부경남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