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병호(대안교육 격월간지 <민들레> 발행인)님이 보내주신 칼럼입니다.

경부선 옥천역 광장에는 아름드리 나무가 한 그루 서 있다. 어른 두 사람이 안아야 할 만큼 둥치가 굵고 큰 나무다. 무슨 나무길래 이렇게 크게 자랄까 살펴보았더니 놀랍게도 버즘나무였다. 플라타너스라고도 하는, 흔히 길가에 가로수로 줄지어 서 있는 바로 그 나무다.

옥천역 광장 역사 위 하늘을 덮고 있는 그 장대한 모습을 보면서, 또 한편으로 역 앞 도로변에 가지가 잘린 채 뭉툭하니 서 있는 같은 버즘나무들을 보면서 우리 교육 현실을 생각하게 되었다. 저처럼 장대하게 자랄 나무를 저렇게 만들고 있구나….

대체 가로수는 왜 그렇게 해마다 가지를 쳐야 할까? 전선이 나뭇가지에 걸려서 자를 수밖에 없다지만 전선과 가로수가 서로 걸리지 않도록 도시를 만들 수도 있지 않은가? 사람도 겨우 다닐 정도로 인도를 좁게 만드니 나무가 제대로 자랄 여지를 줄 수도 없는 일이다. 나무를 대하는 것이나 사람을 대하는 것이나 같은 마음가짐이 작용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영국은 우리와 땅넓이가 비슷하지만 나무들을 그렇게 다루지 않는다. 우리들의 의식수준이 나무들을 그렇게밖에 키우지 못할 정도임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나무보다 차, 사람보다도 차를 먼저 생각하는 문화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이 우리네 거리 풍경이다. 애초에 큰 나무가 제대로 자랄 수 있을 만큼의 공간을 생각해서 거리를 만들지 못했다면 거리폭에 맞는 나무를 선택할 일이다.

버즘나무 같이 크게 자라는 나무를 좁은 거리에 심는 그 심보는 대체 어떤 심보란 말인가. 빨리 자라기를 원해서 나무의 고통은 생각지도 않고 버즘나무를 좁은 길가에 심는 그 조급성과 메마른 마음이 적나라히 드러나는 셈이다.

그런 사람을 길러낼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 교육인 것 같다. 우리 교육이야말로 바로 그렇게 아이들을 무참히 가지치기하는 행위가 아닌가!

수많은 아이들이 자신의 가능성을 절단당한 채 겨우 숨만 붙은 채로 학교를 다니고 있는 현실은 저 가로수들의 현실과 너무도 닮았다. 우리 사회의 전체적인 의식수준이 우리 교육의 질을 결정하고 마찬가지로 거리풍경도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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