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국제연극제가 열리는 돌담극장 전경. 거창 수승대는 해마다 여름이면 해마다 연극을 관람하는 관객들로 가득 찬다. <사진제공 : 거창국제연극제>

개막작 ‘뜻밖의 외출’ 신명나는 공연

패기의 대학극단 작품은 구원투수 역할

이종일 집행위원장 2년 만에 복귀 의미

경남 거창의 여름은 연극제로 대표된다. 천혜의 관광지 수승대와 야외극이 결합된 거창국제연극제는 20년 넘게 이어온 자랑이다. 거창뿐만 아닌 서울과 대전, 대구 등 대도시. 인근 함양 산청에서는 밤이면 찾아오는 사람들로 북새통이다.

몇 해 전부터 운영을 놓고 논란이 생기면서 올해 법정공방까지 가는 시련을 겪기도 했으나 행사 개최는 큰 지장이 없게 됐다. 규모가 축소되기는 했어도 연극을 즐길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무엇보다 30년 가까이 연극제를 만들고 이끌어 온 이종일 집행위원장이 타의로 물러난 지 2년 만에 다시 복귀하게 됐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축소된 만큼 대표적인 야외극장인 축제극장의 상영은 한 작품 당 3일 이상 씩 진행진다. 줄어든 규모로 인한 빈자리는 대학연극제가 메운다. 따라서 외형으로만 볼 때 크게 줄어든 느낌은 덜할 것으로 보인다. 패기 넘치는 젊은 대학생 극단의 연극을 거창연극제를 통해 만날 수 있다는 것은 또 다른 매력이다.

7월 29일부터 8월 15일까지 18일간 열리는 거창국제연극제는 거창의 뜨거운 여름을 연극의 바람으로 식혀주는 최상의 문화 피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 국내공식 초청작- 엄선된 국내 대표극단의 5편

개막작은 공식초청작인 문화마을 들소리의 <뜻밖의 외출>이다. 타악기와 기악기를 활용하는 문화마을 들소리는 거창연극제를 자주 찾은 익숙한 극단이다. 신명나는 공연으로 인기가 높은데, 올해 어려움을 겪은 거창연극제의 시작에 기운을 불어 넣어준다는 의미가 엿보인다.

가장 많은 좌석을 자랑하는 야외극장인 축제극장에서 공연하는 공식초청작은 모두 5편이다. 편수가 줄은 만큼 평균 3일간 연속해서 공연한다. 올드 앤 와이즈 시어터의 <이수일과 심순애>, 씨어터오 컴퍼니의 <파이어맨> 등이 공연된다. 국내 유명 극단 중 하나인 연희단 거리패는 <로미오를 사랑한 줄리엣의 하녀>로 찾는다. 배우 오달수가 연기 수업을 쌓았을 만큼 연희단 거리패의 공연은 작품성과 연기력이 출중한 배우들로 구성돼 있다. 후반부와 마무리는 벼랑끝 날다의 <십이야>가 맡는다.

■ 국내공식경연작- 각색에서 창작극까지 17편 경쟁

국내경연 참가작은 17편의 작품이 매일같이 돌담극장에서 공연된다. 소극장 연극의 진수를 보여주는 작품들로 구성돼 있다. 신혼의 달콤함을 즐기는 2년차 부부를 중심으로 한 극단사슬의 <리스트>로 시작해, 현대 실존주의 문학의 대표 작가인 프란츠 카프카의 원작을 각색한 극단 창세의 <변신>까지 돌담극장은 매일같이 연극의 옷을 갈아입는다. 경연 작품이라 참가 극단들이 불꽃 튀는 연기 대결을 펼칠 전망이다.

■ 해외작품- 야외공연 2편, 실내극 1편

국제연극제란 이름에 맞게 해외 작품은 모두 3편이 상영된다. 물가에 마련된 수상 무대인 무지개극장에서는 페루의 ‘안데스 뮤직’과 러시아의 ‘델라뮤지카’가 매일 오후에 공연한다. 해외공식 초청작인 우루과이의 ‘트릭(Olj’s Act)은 서커스단의 평범한 청소부가 마법사가 되어 마법쇼를 하는 꿈을 이끌어 가는 과정을 그렸다. 8월 1일 거창 문화센터에서 공연한다.

■ 거창전국대학연극제- 16개 대학 극단이 보이는 젊음과 패기

매년 겨울에 열리는 대학연극제가 올해는 여름으로 옮겨왔다. 전통의 서울예술대학교부터 경남대학교까지 16개 대학 극단이 거창에서 자웅을 겨룬다. <더 맥베스>와 <오이디푸스> 등 정통극들을 주로 맛 볼 수 있다. 여름에만 거북극장으로 변신하는 수승대 내 구연서원에서 공연된다.

■ 관람방법- 유료 무료 공연 구분

축제극장에서 열리는 공식초청작과 돌담극장의 국내공연작은 유료공연이다. 정부의 보조금이 끊기면서 입장료가 인상 요인이 커졌으나 거창국제연극제 집행위원회의 노력으로 이를 최소화했다. 종전 1만5000원에서 1만7000원으로 10% 정도 인상됐다. 하지만 서울 대학로 연극이 기본 2만원 이상이고 작품에 따라 3만원~5만원 하는 것과 비춰보면 저렴한 액수다.

게다가 연극제가 열리기 전까지는 조기예매하면 거창군민 7000원, 일반 5000원 할인을 받을 수 있다. 학생들은 1만원에 티켓을 구입할 수 있으며 조기예매 2000원, 거창군민 5000원 할인을 받는다.

그러나 거창대학연극제는 무료로 볼 수 있다. 대학연극제는 쉽게 보기 어려운 각 대학 극단의 경연장이어서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기성 극단과의 차별화도 적어 재미를 더할 것으로 보인다.

성하훈 기자  seonghh@seob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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