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 15일의 17대 총선은 두 야당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인해 향후 한 세대의 한국 정치를 가름할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이번 선거는 대통령 직무가 정지된 가운데 사상 초유의 불법 대선자금 수사 등 최악의 정치불신 속에 치러질 예정이어서 유권자의 선택이 한국 정치의 물꼬를 크게 돌려놓을 전환기를 마련하는데 더욱 중요하게 되었다. 서부경남신문은 17대 총선을 30여일 가량 앞두고 유권자들의 올바른 선택과 이해를 돕기 위해 거창민중연대 한대수 집행위원장, 함양시민연대 하종기 운영위원장, 산청민중연대 조진호 집행위원장 등 시민단체의 대표들을 초청하여 '4·15 총선 어떻게 볼 것인가' 라는 주제로 의견을 나눴다. 좌담은 3월 15일 본사 회의실에서 열렸다.                 <편집자주>

좌담 참석자
한대수 거창민중연대 집행위원장
하종기 함양시민연대 운영위원장
조진호 산청민중연대 집행위원장
사회 이영철 편집국장

전문성 갖춘 시민운동가 제도권 진출해야
후보자토론회 개최, 정책질의서 발송예정

17대 총선의 성격규정

▲ 거창민중연대 한대수 집행위원장.

▽한대수=부패로 얼룩진 정치를 바로 세워야 한다. 검은 돈과 흑색 선전이 난무했던 과거 정치와 결별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이제 유권자가 나서야 한다. 유권자의 수준이 곧 우리나라의 정치수준이다. 총선시민연대가 꾸려졌지만 한나라당·우리당·민주당 등은 공천과정에서 이를 무시하고 있는 것 같다.

▽하종기=이번 선거는 노무현 대통령의 집권 1기에 대한 평가의 의미가 선거전의 주요 이슈가 될 것으로 보여 지난해 대선의 재판인 친노 대 반노간 대결양상으로 비화될 개연성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나라당의 영향이 축소되고, 우리당과 민주당의 사상 유례없는 양분에 따라 민주노동당의 약진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조진호=정치권 세대교체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대선 때도 나타났지만 인터넷 접근 등 정치현실의 다양성은 친일청산 등 보수기득권을 유지시키는 과정에서 기존 정치세력들의 치부가 드러났다. 이번 총선은 진보대 보수, 반보수 간의 3파전 양상으로 치달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진보정당이 최초로  원내에 진출함으로써 우리나라 정치가 진보대 보수의 정치구조, 이념과 정책 대결의 정치로 바뀌는 전환기가 될 것으로 보여 그 어느때보다 중요하다.

 “과거 정치와 결별하고 유권자가 나서야 한다”

▲ 함양시민연대 하종기 운영위원장.

정치환경은 어떤가

▽하종기=한·칠레 FTA 국회비준, 이라크 추가 파병, 차떼기 등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지금의 보수정당에서 시민들은 희망을 찾을 수 없다. 이번 총선은 변화의 지속이냐 좌절이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 1인2표제와 미디어 선거 등을 통해 진보세력의 합법적인 공간, 그리고 그간의 정치관행을 깰 수 있는 환경마련의 토대가 이뤄져야 한다.

▽한대수=신인이 새롭게 활동하기에는 정치적 환경이 너무 척박하다. 열린우리당마저 변호사나 의사, 언론인 등 대중적 이미지나 학벌을 우선시하고 있다. 정치라고 하는 것은 대중적 인기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후보자의 정치적 성향·품성·태도가 우선 돼야 한다. 대중영합주의에 우선한 총선구도는 다분히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조진호=이번 총선은 그간 주장돼왔던 물갈이론으로는 더 이상 얻을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 계기가 되야 할 것이다. 낙선낙천운동에 대한 국민들의 전폭적 지지속에 출발한 16대 국회가 다른 국회와 비교해볼 때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 그것을 반증한다. 이번 총선은 별 실효가 없는 물갈이론보다는 근본적인 판갈이가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의 정치적 환경은 이와 비교해 너무 떨어져 있다.

 “대중영합주의 문제 있다. 물갈이가 아닌 판갈이로”

시민단체들의 총선준비체제는

▲ 산청민중연대 조진호 집행위원장.

▽조진호=정치지도가 바뀌었다. 거창·함양·산청은 지역구가 통합되면서 기존 정당들이 당리당략에 따라 세만 불리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진보와 보수의 성격을 밝히겠다. 그리고 일하는 사람들이 중심이 되어 정치문화를 이끌어 갈 수 있도록 정당 중심으로 소지역부터 집중적으로 움직여서 향후 가능성을 찾아가겠다.

▽한대수=시민사회단체는 현재 지식인들을 중심으로는 열린우리당, 노동자·농민들은 민주노동당으로 모여들고 있는 것이 확연하게 구별이 되는 시기다. 더구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더 커지는 이 시기에 과연 정치에 희망을 걸 수 있는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정치에 희망을 찾고, 당선운동·공명선거 등 유권자들이 출마자들을 감시할 수 있도록 '부정선거감시단'을 모집하겠다. 경우에 따라서는 낙선운동도 병행할 수 있다.

▽하종기=먼저 시민연대 내부토론회를 개최하겠다. 총선후보에 대한 입장을 알기 위해 모든 후보들에게 공개질의서를 보내도록 하겠다. 이를 통해 지지후보를 정해야 한다. 그리고 거창과 산청 시민단체 등에서 동의한다면 시민단체들간의 공동 주관으로 거창·함양·산청에서 '후보자초청토론회'를 개최하겠다.

▽조진호=동의한다. 그리고 당선 후에는 후보자가 국민과의 약속을 성실히 이행할 수 있도록 '서포터' 역할을 해야 한다. 이제 출마자들은 정책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한대수=동의한다. 이번 기회에 부패정치·돈정치·지역감정 등 '3악'을 뿌리뽑아야 한다. 시민단체들의 지지당선운동에 밑그림은 여기부터 시작해야 한다.

시민운동가들의 제도권 진출을 바라보는 시각은

▽조진호=시민운동가의 제도권 진출은 당연하다. 낡은 정치를 바꾸기 위해서도 일정기간 시민단체에서 검증받은 사람들이 나서야 한다. 이들이 지역이나 현장, 농촌에서 필요한 일을 찾아내 각종 현안들을 중재하고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종기=지난 지방선거를 통해 개혁적이고 진보적인 도의원·여성들의 원내진출이 이뤄졌고, 이들의 의정활동도 두드러졌다. 마찬가지 아닌가. 돈 안 쓰는 후보들이 대거 진출되어야 한다. 또 많은 전문성을 갖춘 시민운동가들이 제도권에 진출해야 한다.

▽한대수=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그리고 민주당의 대결은 누가 더 정직하느냐 덜 정직하느냐의 문제다. 그래도 더 정직한 사람들이 국회에 들어와야 한다. 공정한 상태, 깨끗한 상태에서 선거가 이뤄지는 선거문화를 위해서는 진보적 인물들이 대거 등장해야 한다. 덧붙여 농민을 국회에 보낼 수 있는 희망이 우리에게 있어야 한다.

도덕·정책·개혁성 갖춘 후보지지
이념과 정책대결로 바뀌는 전환기

“누가 더 정직하느냐, 덜 정직하느냐의 문제”

선거법 등 정치관계법에 의견이 있다면

▽한대수=정치신인들이 뛰어들어 정치를 할 수 있는 쪽으로 손질이 돼야 한다. 부정부패인들은 입법을 할 수 없어야 한다. 또 정치철새는 사라져야 한다. 그리고 선거의 지역구도가 바뀌어야 한다. 특히 개정선거법은 국회의원 정수가 현행 273명보다 26명이 늘어 지난 15대 국회수준인 299명으로 증원됐다. 이는 정치개혁과 민생현안처리는 뒷전에 둔 채 '밥그릇 챙기기'에만 급급했다는 증거다.

▽조진호=1인2표제가 도입된 것이 바람직하다. 개정된 선거법에서는 금품·음식물을 제공받은 자에 대해서는 50배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를 잘 활용, 불법선거 자체를 원천적으로 막아야 한다.

▽하종기=정당의 입·탈당 및 투표행위가 인터넷을 통해 가능해지는 등 인터넷정당의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미디어의 활용으로 정치에 무감각한 젊은층을 참가시키고, 정치가 국민 '축제의 장'이 될 수 있도록 손질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당선시키고 싶은  후보상은

▽조진호=1980∼1990년대 중반까지 사회민주화를 위해 열씸히 싸워왔던 사람이 당선되었으면 좋겠다. 구체적으로는 정치적 이념이나 투쟁성 등을 굳건히 견지하는 원칙에 충실한 사람 그리고 전문 정치역량을 강화해서 힘없고 소외된 사람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사람, 학벌이나 인기가 아니라 대중적 품성이 검증된 정치관행을 깰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하종기=지역 주민들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사람이 당선되어야 한다. 후보는 사회운동을 통해 검증되고, 자질이 확보된 사람이어야 한다. 모든 후보자에게 정책질의서를 보낼 예정이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라도 찾아야 한다. 변화의 한 복판에 우리는 서 있다. 이 힘이 원동력을 얻어야지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 분명 희망은 있을 거다. 그 희망 속에서 당선시키고 싶은 후보상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대수=솔직히 이 지역구에서는 찍어줄 만한 사람이 없다. 마땅한 후보가 없는 것이다. 그래도 찾아야 한다면 기존정치인에서는 의정활동을 통해 검증 받은 사람, 그리고 공약을 실천할 수 있는 삶을 살아온 사람이어야겠다. 또한 신인은 노동자·농민 시민단체 등에서 열심히 일했던 사람과 조직적 결의에 따라 정치적으로 검증된 사람이어야 하겠다. 이제야 유권자들이 정치개혁을 위해 나서야 한다.

정리 한정희·이재민기자

이영철 기자  leeyc@seob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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