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홀에서 연주하는

     국내 첫 청소년 관악단

     다볕유스의 새 목표는

     국제음악페스티벌 개최

다볕유스윈드오케스트라는 2014년과 2015년 오스트리아, 독일, 폴란드, 헝가리, 루마니아 등 유럽 5개국 순회공연을 하면서 음악의 본 고향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고 돌아왔다. 사진은 지난해 7월 유럽투어 마지막을 장식한 루마니아 아테니움 음악홀(Romanian Athenaeum) 연주 모습. <사진제공 : 다볕문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 서게 되었으니, 꿈은 마침내 완결되었습니다!” 오는 11월 13일 예술의전당 공연을 앞둔 ‘다볕유스윈드오케스트라’(지휘자 전계준, 이하 ‘다볕유스’)를 운영하고 있는 (사)다볕문화 전진석 대표의 얼굴이 환하다.

올해로 창단 11주년을 맞이한 다볕유스. 2회에 걸친 유럽투어콘서트를 통해 세계적 공연장에는 수차례 서 보았지만, 막상 국내 최정상 무대에서 공연하지 못했다는 것이 그동안 못내 아쉬웠기 때문이리라. 음악의 불모지였던 인구 4만의 전형적 농산촌 지역 함양군에서 청소년오케스트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저력을 과시하고 있는 다볕유스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루마니아 아테니움 음악홀 중앙계단.

◇ 문화불모지에서 싹튼 음악의 씨앗

90년대만 해도 관악기를 찾아보기조차 힘들었던 함양지역 초중학교에 관악부가 생기기 시작한 건 2000년 무렵 시작된 경남교육청의 학교예술교육 활성화 정책 덕분이었다. 당시 창원시향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던 전계준 현 지휘자는 함양제일고등학교 음악교사로 재직하던 선배의 추천으로 위성초등학교 관악부를 지도하기 시작하였다. 관악부를 창단할 당시에는 위성초 학생 중 악기를 다룰 줄 아는 학생의 수는 다섯 명이 채 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전계준, 그리고 함께 아이들을 지도한 백종승(마산시향 단원), 이종호(창원시향 단원) 등의 열정적인 지도에 학생들은 기꺼이 따라왔고,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룬 것이다.

관악부에서 처음 악기를 시작한 초등학교 4학년은 어느덧 졸업을 하게 되었고 중학교에 진학해서도 계속 악기를 연주하길 원했다. 그래서 그들은 이 학생들을 끌어안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게 되었고, 그 결과 학교 밖 연주단체로 다볕유스를 창단하게 된 것이다. 당시 위성초 교사로 재직하고 있던 전진석 대표이사는 남다른 열정으로 학생들을 지도하는 전계준 지휘자를 보고 개인적으로 후원을 시작, 그 인연으로 지역 문화예술단체를 만들어내고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루어낸 파트너가 되었다.

전진석 대표는 “헌신적인 지휘자를 비롯한 지도강사, 단원, 학부모, 후원조직이 하나가 되어 창단 이후 지금까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확립해가고 있어요. 각종 공모사업, 후원사업, 후원회원 확보 등을 통해 연간 1억원 이상의 운영자금을 확보해 자립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기초자치단체 및 기업체의 후원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도 이렇게 자립하고 있다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죠.”라고 말했다.

이제는 지역 음악활동가들이 다볕유스를 방문하는 경우도 잦아졌다. 재정 확보, 독립적 연습공간 확보, 독자적 공모사업 수주, 각종 재단과의 협력사업 수행, 우수한 연주 단원 유치 등의 경험을 배워가고자 함이다.

2012 유럽3개국 순회공연.

◇ 오케스트라를 통해 사회를 배우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오케스트라는 혼자의 힘으로 할 수 없다. 나의 소리가 다른 소리들과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는 순간, 비로소 사람들의 가슴을 파고들어 관현악은 힘을 발휘하게 된다. 선배가 후배를 챙기며 함께 연습을 하고, 자신이 빠지면 연주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최선을 다해 연습에 참여해야 한다. 한 악기 소리를 제대로 내기까지 몇 번이고 포기하고 싶은 위기들을 겪는다. 이런 과정 속에서 청소년 단원들은 남다른 배움과 성장을 하게 된다. 단원들의 다음 증언들을 보면 이러한 교육적 효과들을 더 명확히 알 수 있게 된다.

“관악부 활동을 하면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협동심도 배우고 또 참을성도 많이 기른 것 같아요.”

“꼭 배워보고 싶었던 플룻을 배우고 많은 언니나 친구들과 친하게 지내게 되었어요. 무엇보다 제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았다는 게 가장 큰 발전이라고 볼 수가 있겠죠.”

“오케스트라가 혼자만의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명의 힘이 모아질 때 위력을 발휘한다는 걸 알았을 때는 제 자신이 부끄럽고 미웠는데 그럴 때마다 항상 제 옆에서 응원해주시고 격려해주신 선생님의 관심과 사랑이 다시 중심을 잡게 해 주었죠.”

“제가 받은 도움을 지역사회에 돌려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주민들을 위해 연주활동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음악이 없었다면 단조로운 기숙사 생활, 반복되는 문제풀이, 매일 듣는 대학입학 정보들로 인해 정신적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것입니다.”

파자르지크 불가리아.

◇ 지리산 자락에서 세계를 꿈꾸다

2012년 7월 다볕유스는 루마니아, 오스트리아, 체코에서 첫 해외연주회를 갖게 된다. 특히 체코 프라하 드보르작홀에서는 세계 20개국 이상 대사들과 1000명 이상의 현지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연주를 마쳤다. 다볕유스는 매년 2회의 정기공연, 2014년 루마니아올테이너 오케스트라와의 합동 공연, 예술의전당 사장을 역임한 피아니스트 김용배와의 협연, 2015년 뮌헨 필하모니홀을 비롯한 유럽 6개국 7개 공연장 순회공연 등 꾸준한 연주 경력을 쌓으며 성장하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이 연주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무엇보다 다가오는 11월 13일 예술의전당 공연으로 다볕유스는 무척 고무되어 있는 상태다.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 서는 국내 첫 청소년관악단(윈드오케스트라)이기 때문이다. 청소년 오케스트라를 통틀어서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 선 단체는 2009년, 2010년에 ‘서울예고 유스오케스트라’ 뿐이다. 사실 ‘서울예고’라는 국내 최고 전공자 청소년들로 구성된 단체와 이 산골 소년 소녀들과 비교하는 것은 어불성설일 것이다.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의 창시자인 호세 안토니오 아부레우 박사는 “더 이상 소수의 엘리트들이 예술을 독점하는 사회로 두어선 안 됩니다. 가장 약한 자들을 위한 예술, 아이들을 위한 예술, 아픈 자들을 위한 예술, 취약 계층을 위한 예술, 삶의 조건과 인간 존엄성을 옹호하기 위하여 눈물 흘리는 모든 자들을 위한 예술이 꽃피는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빈민가의 아이들에게 악기를 가르치고, 삶을 변화시키고, 세계적인 지휘자를 배출한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가 있다면 함양에는 ‘다볕유스’가 있다고 말할 수 있는 날이 곧 올지도 모르겠다. 다볕유스의 다음 목표는 세계 최정상의 지휘자들과 꿈의 연주를 이어가는 것이다. 몇 년 안에 실현될지도 모를 ‘지리산국제음악제’가 그 모습이다.

전진석 대표는 “이제 다볕유스는 ‘세계적인 솔리스트 배출’ ‘20대의 세계적인 지휘자 배출’의 꿈을 꿉니다. 우리라고 못 할 것 없지요.”라고 포부를 밝혔다.

공기의 진동으로 소리를 내는 악기들의 ‘하모니’로 지역사회에 문화예술의 진동을 만들어나가는 다볕유스. 첫 마음을 간직한 진정한 ‘글로컬’(글로벌+로컬) 오케스트라로 늘 우리 곁에 남아주었으면 한다.

이은진 기자  leeej@seob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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