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1년 2월 8일부터 11일까지 나흘에 걸쳐 경상남도 거창군 신원면, 산청군 금서면, 함양군 유림면에서 육군 제11사단(사단장 최덕신) 9연대(연대장 오익경) 3대대(대대장 한동석) 병력이 '견벽청야(堅壁淸野)'라는 작전수행중에 덕유산과 지리산 연봉에 은거중인 공비토벌과정에서 주민들을 희생시킨 사건을 말한다.

<표>를 보면 학살당한 거창사건 희생자 719명 중 14세 미만의 어린이가 359여명이고, 전체 희생자 중 부녀자가 388여명 끼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함께 산청군의회 자료에서도 산청·함양 사건 희생자는 705명으로 이중 14세 미만 어린이가 195명, 60대 이상의 고령자가 33명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양민들에게 있었던 유일한 죄라면 그들이 지리산 밑에서 순박하게 살고 있었다는 것 밖에는 없었다.

▲ 산청·함양·거창 양민학살사건 경로도

이 사건으로 1951년 4월 24일 유엔이 발칵 뒤집히고, 영국 신문들이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기다리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이 피기를 기다리는 것과 같다'고 논평하게끔 했다.

'거창사건 등'은 한국전쟁 전후 다른 유사사건과는 달리 주민들을 즉결처분하도록 명령을 하달한 명령권자와 그 명령을 수행한 자에 대해 전장도의를 소홀하여 인권을 유린한 죄를 적용하여 1951년 12월 16일 대구고등법원 중앙고등군법회의에서 각각 무기징역과 유기징역을 선고한 사건이다.

이에 따라 거창사건 등은 '거창사건 등 관련자의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1996년 1월 5일 제정되게 되었다. 또 거창, 산청·함양사건은 미완의 법률로 남아 있다 53년만에 특별조치법의 국회개정안 통과로 종결 과정을 거치게 될 것으로 잔뜩 기대를 모았었다.

정부의 이번 거부권행사는 과거청산을 통한 개혁이라는 전 국민적 열망을 외면한 것으로 지적될 수 있다.

한편 이 사건은 같은 시기 동일한 부대에 의해 저질러진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산청과 함양은 '산청·함양·거창 양민학살사건'이 아니라 '거창사건 등'에 포함돼 다루어지고 있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이영철 기자  leeyc@seob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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