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관(거창YMCA 사무총장)님이 보내주신 칼럼입니다.

나이들어 가면서 새로운 관계를 맺는다는 것이 참 어렵다.
이미 살아온 과정이 다르고 서로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만나기가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만날 때 뭔가 내 욕심이 앞서고, 내 의도가 앞서서 그 만남이 서로에게 행복을 주기보다는 한번의 가벼운 만남으로 그칠 때가 많다.
그러나 이번 총선유권자연대로 함양시민연대와 거창의 몇몇 시민단체와의 만남은 다른 무엇이 있었다. 신선했다.

애초에 선관위에서 TV토론회가 준비되고 있다기에 시민단체가 주관하는 후보자초청토론회를 염두하지 않았다. 그러나 함양시민연대가 함께 토론회를 준비하자는 제안을 했고, 선관위의 토론회가 무산될 수 있어서 급하게 토론회를 준비하게 됐다.

흔히 여러 단체들간에 함께 일할 때는 서로의 일하는 방식, 입장 등이 달라 힘이 들 때가 많다. 거창의 단체들간에는 그동안의 지속적인 연대의 경험이 있지만 함양시민연대와는 한번도 함께 한 경험이 없었기에 걱정이 됐다.

그러나 걱정은 기우였다. 이미 함양시민연대는 성숙한 시민운동의 모습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양보하지 못할 것과 양보할 수 있는 것들을 분명히 하였고, 항상 겸손한 모습으로 성실하게 토론회 준비에 임했다. 탁발순례단 일도 있었고, 지역의 여러 행사가 겹쳐 바쁜 와중에도, 시도 때도 없이 거창에 와달라는 요청에 언제든 와주었고, 의견을 말할 때는 조심성이 있었다.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조용히 경청했고, 이러저러한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여유있게 대처해주었다.

시민운동을 앞서 시작한 거창의 단체들이 부끄러울 때도 많았고, 배울 점도 많았다. 이러하니 우리 거창의 시민단체들도 그동안의 매너리즘과 나태함을 가지고 대할 수는 없었다. 우리의 자세도 겸손해지고 성실해짐을 느꼈다. 밤 늦도록 토론하며 통닭에 식은 맥주로 서로를 격려하는 우리의 만남이 피곤하기보다는 재미났다.

이제 농촌에서 시민운동의 시작이다. 여느 도시와는 다른 조건에서 조그만 싹을 본다. 함께 상생하며 함께 시민운동의 질을 높여가는 좋은 관계로 지속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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