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파병은 철회돼야 한다
야만적인 침략전쟁으로 규정

'2003년 3월 19일 오후 10시 15분'(미국 동부시간)은 미국이 인류 역사상 가장 논란이 많을 전쟁인 이라크 전쟁을 개전한 시점이다.

미국이 전쟁의 목적으로 제시한 이라크의 생화학무기 보유와 핵무기 개발에 대해서 뚜렷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것은 물론 이라크 포로학대사건과 폭력사태 악화로 국제사회에서 야만적인 침략행위로 비난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존 케리 상원의원이 '이라크 철군안'을 내놓았다.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오는 11월 대선 전에 이라크 철군계획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존 케리 민주당 대선 후보 측근들의 말을 따 20일 보도했다.

정부도 더 이상 이라크에서 일어나는 절망과 탄식, 불의에서 등을 돌리지 말고 이라크 추가 파병 철회를 발표하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다.

이라크전쟁은 야만적인 침략행위

미국이 이처럼 확실한 증거가 없는 가운데 유엔이 규정한 대량살상무기 해체를 넘어 정권교체까지 거론하며 서둘러 군사행동에 나선 것은 이라크 침공에 다른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유력하게 제기돼 왔다.

우선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세계 2위의 매장량을 가진 이라크의 석유자원을 겨냥했다는 지적이다. 1120억배럴로 추산되는 이라크의 매장량은 미국에게 안정적 원유공급원이 될 수 있으며 침공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최대 전리품으로 꼽힌다.

미국의 대규모 석유기업들은 그동안 대 이라크 제재 때문에 프랑스와 러시아, 중국 등에 비해 이라크 석유사업 참여에서 크게 뒤처져 있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하게 지적되고 있는 것은 부시 대통령의 국내정치적 요인이다. 그는 지금까지 대 테러전쟁의 초점을 온통 이라크 문제에 맞추고 후세인 정권 붕괴를 강조해 온 터여서 이를 이뤄내지 못할 경우 점점 어려워지는 경제적 문제와 함께 2004년 재선에 결정적 걸림돌이 될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유엔 등 국제사회는 물론 미국 내 여론의 광범위한 지지조차 없이 이뤄진 이번 침공은 정당성 논란과는 별도로 이라크 전후 복구, 유엔의 위상, 서방세계 및 아랍세계의 분열 등과 관련해 많은 심각한 문제를 낳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 파병 반대' 범국민운동

'이라크파병반대비상국민행동'은 시국선언 참가선문에서 "이라크 침공은 첫 단추부터 잘못되었다"며 "지금 미·영 연합군에 의해 이라크에서 일어나고 있는 불법적 점령과 폭력, 그리고 학살에는 일말의 정당성도, 합리적 근거도 찾아볼 수 없다"고 밝혔다.

국민행동은 "바그다드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의 이라크인 수감자들에게 일어난 모욕과 학대는 미·영 연합군이 이라크의 인권이나 민주적 권리를 위해 주둔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며, 바그다드 교도소의 사례는 이라크 점령이 가져온 반인륜적 현실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며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는 어린이와 부녀자"라고 주장했다.

특히 "미군이 팔루자에서 800여명에 이르는 민간인이 사실상의 보복학살에 의해 사망하는 과정에서, 미국의 이라크 점령정책의 파산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말았다"며 이라크 평화정착과 재건은 미국을 비롯한 점령군의 철수에서 시작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정부의 파병철회 결단을 촉구했다. 또 "재건지원 임무수행이 불가능한 서희·제마부대도 즉각 철수해야 한다"며 "대한민국은 전쟁에 협력하기를 거부하고 이라크인들에게 총을 들지 않겠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분명히 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과 이라크 국민 모두에게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을 가져올 이라크 파병 철회 주장이 점점 높아가는 2004년 대한민국의 5월은 여전히 평화롭지 못하다.

이재민 기자  leejm@seob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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