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와 나눔을 통해 상호접근
국내외 지원세력 하나로 묶어

22일은 북한 룡천 참사 한 달을 맞는 날이다. 북한은 참사 직후 사실을 신속하게 공개하고, 남한과 국제사회에 지원을 호소했다. 남쪽과 국제사회는 최선을 다해 지원에 나서고 있다. '룡천'으로 상징되는 고통의 공유와 나눔을 통한 상호이해와 접근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특히 북핵문제로 대북 지원열기가 시들고, 북한 사회를 고립시키려는 국제사회의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런 현상이 만들어졌다는 점은 룡천 참사를 '이데올로기'가 아닌 '사람'의 문제로 우리 모두가 생각했기 때문이다.

북한 "국제사회에 지원 호소"

룡천역 참사는 4월 22일 낮 12시 10분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 인근 룡천역에서 일어났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방문을 마치고 같은 곳을 지나간 지 몇 시간만에, 질산암모늄을 실은 화물차량과 유조차량의 전기선접촉으로 사고가 일어났으며 북측은 사망자 150여명, 부상자는 1300여명, 행방불명자는 조사중인 것으로 발표했다. 

사고 이틀 뒤인 24일 북한은 관영 '중앙통신'을 통해 발생 사실 및 사망 154명 등 피해상황을 공식 발표했다. 김창국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는 재산피해가 3억∼4억유로(4100억∼5500억원) 규모라고 밝혔다. 그간 북쪽 관례에 비춰보면 이례적으로 신속한 공개였다. 

북한은 공식발표와 함께 중국 언론과 유엔기구 관계자들의 현장 접근을 허용했다. 유엔기구를 중심으로 한 국제조사단은 룡천지역 전체 가구의 40% 남짓한 1850가구가 파괴돼 8000여명의 이재민이 생겼다고 밝혔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지난 8∼9일 룡천지역 르포에서 신의주 등지의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 부상자가 652명에 이르고, 복구작업에 한창인 현지주민들은 오는 10월 기본복구사업을 마칠 수 있을 것으로 예견하고 있다고 전했다.
남한과 국제사회에선 룡천참사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져가고 있지만, 룡천의 고통은 현재진행형인 것이다.

남한 "국내외 지원 하나로 묶어"

남쪽의 지원은 가히 폭발적이다. 거의 모든 언론매체와 종교단체에서 룡천돕기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다. 대북 지원 물품을 나르기 위해 기존의 바닷길 말고도 하늘길과 뭍길이 새로 열렸다.
그동안 대북지원을 '퍼주기'로 비난하던 목소리도 이번 사고에는 찾아볼 수 없었으며 보수성향의 한나라당과 보수단체들까지 대북지원에 적극성을 보여 변화하는 국내의 대북인식을 보여줬다.

대북지원 민간단체들을 주축으로 이념적 성향을 떠나 51개 시민 사회 종교 단체들이 이날까지 209억원여 상당의 구호물품을 북한에 보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북측 민화협과 룡천소학교 등 공동 재건합의서를 체결하고, 장기적인 협력사업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정부도 적극적으로 북한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사업에 나섰다. 이날 현재까지 정부와 대한적십자사는 6차례의 복구 자재, 장비 지원과 6차례 구호물자전달을 통해 1900백만달러의 물품을 북한에 전달했다.

룡천 참사, 한 달이 지났다. 희생자의 아픔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에서 이념보다 사람이 우선이라는 대북협력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정희 기자  dalbit@seob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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