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품고 있는 사람은
결국엔 그 꿈을 닮아간다."

프로야구 20년, 투수 758명
그중 328명은
1승을 거두지 못했다.
 
철공소 주임, 키 169cm, 왼손잡이 투수, 통산 1승
아무도 그를 기억하지 못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를 슈퍼스타라 부른다.
 
꿈을, 던진, 패전투수

▲ 삼미프로야구의 패전투수 감사용. 그러나 그는 1승에의 꿈을 놓지 않는다. ⓒsidus

위의 글은 <슈퍼스타 감사용>의 '홍보 카피'다. 보잘것없는 직장인 야구선수에서 프로로 데뷔, 결국 통산 1승이라는 패배의 기록 밖에 내지 못한 한 선수를 영화는 왜 '슈퍼스타'라고 부르는 것일까? 게다가 꿈을, 던진, 패전투수라니…

패전 투수 감사용은 영화 속에서 실제로 고대하던 1승을 거두지 못한다. 게다가 상대편은 OB였고 투수는 그 당시 브레이크 없는 성공가도를 달리던 박철순이었다. 패배는 예고된 것임에 다름없었다. 결국 고대하던 첫 선발경기에서 1승을 거두지 못한 감사용은 희미한 미소로 동료들을 먼저 떠나보낸다. 그리고는 선수석에 앉아 홀로 통곡한다. 그 눈물이 너무도 슬퍼서 나도 그만 주르륵… 주책 맞게 계속 눈물이 흘렀다.
 
그러나 그가 보여준 눈물은 억울함에 겨운 통한의 눈물이나 실패한 자의 못난 눈물이 아니었다. 최선을 다한 자의 '카타르시스'를 위한, 그리고 자신을 응원해준 소수의 사람들에게 보내는 미안함의 눈물이었다. 최선을 다했기에 더욱 후련하고 더욱 미안했을 것이리라.
 

▲ 첫 선발전. 하필 20승을 눈 앞에 둔 박철순과의 경기. 철저히 OB팬들의 함성속에서, 누구나 꺼려하는 경기를 치르는 감사용. ⓒsidus

오랜만에 가슴에 깊이 남는 영화이다.
승자가 아닌, 해피앤딩이 아닌, 패자들의 영화, 그러나 결코 비극이 아닌 영화.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실패하는 사람들 아닌가.
그러나 결코 꿈의 실타래를 놓지 않는 사람들.
 
80년대 초반의 야구장이나 유니폼, 응원단, 거리풍경, 상품들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장면들도 인상깊다. 그리고 야구를 즐겨보지 않는 나에게도 영화 속 박철순이 있는 OB와 감사용이 있는 삼미의 경기는 진짜 경기를 보듯 흥미진진했다. 야구를 즐겨봐야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그리고 또 하나, 이 영화를 보면서 느낀 점.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사람에 대한 믿음과 기다림, 그리고 소박한 응원이라는 것. 감사용은 박철순의 팬들로 가득한 경기장에서도 자신을 응원하는 몇몇 때문에 더욱더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어머니의 응원은 언제나 커다란 힘이 된다. ⓒsidus

추석 때 서울 집에 올라가기 전 엄마에게 전화로 했던 말이 생각난다.
 
"엄마, 내가 좀 더디고 느리더라도 그냥 믿어주세요.
그리고 묵묵히 그냥 기다려주세요."
 
엄마도 "그러마"라고 짧게 말씀하셨다.
 
나를 믿어주고 묵묵히 응원해주는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그 사람에게 그 힘은 양적인 것으로 비교할 수 없는 소중한 저력이 됨을 또다시 느꼈다.

무엇보다 영화는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꿈을 꾸는 대부분의 평범한 자들이여! 지금 어렵고 힘들지라도 결코 그 꿈을 잡고 있는 끈을 놓치지 말라. 그 꿈을 닮아가고 있는 아름다운 내 자신을 발견할 테니…."

한정희 기자  dalbit@seob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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