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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은 일 년 중 제일가는 명절 “새로운 한 해를 세운다”
  • 이철우 본지 회장
  • 승인 2020.01.20 22:06
  • 호수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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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과 추석에 올리는 차례는
제사가 아니라
차를 올리는 의식으로 간소

토정비결은 운수판별 보다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저술된 것으로 풀이해야 해

설날은 이웃과의 나눔 행사로
힘차게 일 년을 시작하는 날

설에 새로 지은 설빔을 입고, 친지·이웃을 찾아 나들이 하곤 하였다. <자료: 이억영 화백, 1981. 국립민속박물관>

설은 일 년 중 제일가는 명절이다. 설은 ‘새롭다, 익숙하지 않다’의 뜻으로 해가 막 바뀌어 새롭다는 뜻이다. 설날은 모두가 새 옷으로 갈아입어 기분을 새롭게 하는데 이것을 설빔이라고 한다.

설날 아침에는 조상에게 차례를 올려 조상의 은혜에 보답하면서 새롭게 출발할 마음을 먹는다. 조상제사의 규범서인 송나라 주자가 쓴 <주자가례>에 따르면 설과 추석에 올리는 차례는 제사가 아니라 “차를 올리는 의식”이다. 차례(茶禮)란 정식 식사대접은 못되고 그저 차라도 한잔 올린다는 식의 이름이요, 실제 절차도 그만큼 간소하다.

이때의 차림은 ‘햇과일이 담긴 쟁반, 차(茶), 술’이다. 설 차례는 축을 쓰지 않고 술을 한잔만 올렸다. 그래서 무축단잔이라고 한다. 그러나 조상을 섬기려는 정성에 차등이 있을 리 없다. 세배를 하는데 이것은 “새해에 잘 부탁드립니다” 하는 뜻이 된다. 왜냐하면 섣달그믐에 밤늦게라도 ‘묵은세배’를 하는 것을 ‘감사의 인사’이기 때문이다.

세배는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새해에 드리는 인사로 어른들은 세배한 답례로 아이들에게 덕담을 해준다. <자료: 이억영 화백, 1981. 국립민속박물관>

차례를 올린 후 부모님, 조부모님에게 세배를 올리고 복을 빌고 덕담을 듣는다. 이웃에 사는 가까운 종조부 등 어른들에게도 세배를 올린다. 세배를 통해서 집안의 위계질서가 잡히고 인성교육을 할 수 있다.

이날 특식인 떡국을 비롯한 설음식을 먹고 조상 산소에 성묘하는 것으로 하루를 마친다. 희고 깨끗한 쌀을 쪄서 만든 떡은 우리 고유의 신성한 뜻을 지닌 음식이라, 한해의 첫날을 그만큼 소중하게 기념하려는 뜻이기도 하다. 이튿날부터 일가들과 동네 타성 어른들에게도 세배를 올렸는데 세태 따라 지금은 경험과 지혜가 많은 어른을 공경하는 미풍양속인 마을어른들에 대한 세배가 사라지고 있다.

새해가 되면 <토정비결(土亭秘訣)>을 보기도 했다. 토정비결에는 열 두 달의 운수를 총 6480개의 시구로 적었는데 “동쪽에서 목성을 가진 귀인이 와서 도와주리라”, “관재수가 있으니 혀끝을 조심하라”, “오뉴월에는 물을 조심하라”는 식이다. 간단명료한 글귀들이며 길흉이 적절한 비율로 배합돼 있다. 절망에 빠진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며, 모든 일에 정성을 다하도록 이끄는 힘이 있다. 그런 점에서 토정비결은 운수를 판별하는 데 중점을 두기보다는 민중에게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저술된 것으로도 풀이할 수 있다.

설날에 친인척끼리 모여서 재미있게 윷놀이를 즐기고 있다. <자료: 이억영 화백, 1981. 국립민속박물관>

정월의 놀이로는 윷놀이와 연날리기가 있다. 윷의 승부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말판을 놓고 말 넷 즉 ‘넉동’이 나게 노는 것이 일반적이다. 윷은 본래 그 해의 농사될 것을 점치던 데서 출발한 것이라 대보름을 지나고 나면 놀지 못하게 했다.

연은 바람을 받아 멀리 높이 띠우는 데도 뜻이 있지만, 대보름이면 ‘厄(액)’자 하나를 쓰든지 아니면 그 밖에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갖가지 액운의 이름을 골고루 써서 줄을 한 컷 풀어 끊어 날려 보냈다. 그래 ‘액막이 연’이라 하였고, 보름이 지나도록 날리면 윷을 노는 사람들과 함께 ‘고리백정’이라고 욕을 먹게 마련이었다.

설은 명절이라 날마다 먹고 노는 것이 일과인데, 그것은 초승달부터 달이 커가는 데 따라 점점 무르익어 간다. 그래 보름날이면 마을 윷놀이대회의 결승전이 열리고, 연은 올리는 사람의 손끝 퉁기고 당기는 솜씨를 따라 상하좌우 마음대로 움직이는 재주를 부릴 줄 아는 연날리기의 고수들이 솜씨를 겨루고 총 마무리를 한다.

정월 행사로는 다리를 건너는 답교(踏橋)놀이와 논두렁을 불로 사르는 쥐불놀이와 지신밟기가 있다. 답교놀이는 개천위에 놓인 다리를 자신의 나이만큼 밟으면 재액을 물리치고 상서로움을 맞아 들릴 수 있다는 오랜 관습으로 생긴 놀이다. 쥐불놀이는 쥐와 멧돼지는 농작물을 해치는 동물 중의 두드러진 것이어서 생긴 이름이다. 지신밟기는 마을어른들이 포수, 머슴과 탈을 쓴 각시 등으로 분장을 하고 꽹과리, 징, 북 등의 민속악기로 구성된 풍물패를 조직하여 이집 저집을 다니면서 갖가지 재주로 지신을 즐겁게 지신밟기를 함으로써 한 해 동안 마을과 집안의 무사(無事)와 안녕을 빌었다.

이때 집주인은 술과 안주로 지신밟기 때를 대접하고 함께 어울려 한마당 더 풍물을 치고는 다른 집으로 이동한다. 지신 밟을 때 앞소리 먹이는 사람의 말을 들어보면 대개 복을 빌고 재앙을 물리쳐 달라는 기원이다. “에이루야 지신아, 지신밟자 지성주야, 성주 본이 어디메뇨, 경상도와 고향땅에… 깨깽깽깽… 둥둥… 징… 징” 지금 국악 하는 사람들이 부르는 성주풀이라는 노래의 가사가 옛날 ‘지신밟기’할 때 앞소리 먹이던 가사다.

온통 복을 빌고 액운을 없애 달라고 하는 행사로 열 나흗날을 지내면 보름날 아침 이불 속에서 호두 잣 밤 땅콩 같은 과일을 부름이라고 하여 깨물어 뱉어 버리고 찬술을 한 잔씩 나눠 마신다. 이것을 귀밝이술 이라 하고 부름은 부스럼과 발음이 비슷해 일 년 내 부스럼을 안 앓는다 하여 이것을 깨물면 이가 튼튼하다고 하니, 다리밟기를 하면 다리가 튼튼하다는 것과 함께 모조리 몸 건강하기를 비는 것으로 모아야 한다.

보름날 아침 오곡밥에 갖은 나물로 아침식사를 하고, 이튿날부터는 윷과 연날리기 놀이는 일체 손에 대지 않고 몽땅 일하는 대로 정력을 쏟도록 하였다. 이날 아침 큼직하게 만든 송편을 만들어 먹이며 밥 아홉 그릇 먹고 나무 아홉 짐 하는 날 이라고 한다. 힘차게 일 년의 일을 시작하라는 격려의 뜻이기도 하다.

‘부족함이 없는 밝은 새해, 질병도 없는 밝은 새해’이기를 기원하는 지신밟기는 정월 보름까지 계속되다가 보름날 밤 달집태우기를 마지막으로 끝난다. 보름날 달을 맞이하는 행사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횃불 들고 달에게 빌기가 있고, 달집태우기를 클라이맥스로 축제는 끝난다. 달집은 마을 앞 공터에 키 큰 생대나무 너덧 개를 원추형 기둥으로 벌려 세우고 새끼줄을 얼기설기 감아서 거기에 생솔가지와 짚단을 걸쳐 오두막처럼 짓는다. 앞쪽에는 동산(東山)에 보름달이 뜨면서 직방으로 들 수 있도록 문이 있고, 그 안에는 짚으로 만든 커다란 달의 형상을 걸어 놓는다. 아이들은 연(鳶)을 내다 달집에 걸고 마을 부인네들은 막걸리 두어 되씩을 내고 소망을 적은 종이를 달집 안에 매단다. 이래저래 모인 막걸리는 두 세 말이 너끈하니 달집을 짓고 풍물을 치는 청년들은 더욱 신이 난다.

마을 사람들이 모여들고 동산에 뜬 달을 먼저 본 사람이 “달이야”하고 소리치면 마을에서 가장 연장자가 달집에 불을 붙인다. 짚단에 불이 붙어 활활 타면서 생솔가지를 태우면 시커먼 연기까지 나면서 제법 웅장한 불기둥이 하늘높이 치솟고 기둥으로 세웠던 생대나무가 ‘펑~ 평~’ 폭죽소리를 내면서 터지는 연발폭음은 마을의 악귀를 쫓는다 하여 사람들의 함성과 박수소리, 풍물소리가 더욱 크게 흥겨워 진다.

보름이 지나면 본격적인 농사철이 시작되기 때문에 더 이상 놀이를 할 수 없다. <개 보름 쇠듯 한다>는 말이 있는데 보름날은 개에게 먹이를 주면 여름에 벼룩이 끓는다고 하여 굶기는 풍속이었다. 그런 때문에 남들은 흥청거리고 노는 날 쫄쫄 굶는 것을 그렇게 말하게 된 것이다.

이철우 본지 회장  lc34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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