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고음악의 진수 … ‘프라이 바로크 오케스트라’
섬세한 감정전달과 극적이고 뛰어난 기교의 앙상블

 
통영에서 만난 것은 비단 자유(freiheit)만이 아니었다. 그것은 가슴 떨린 벅찬 기억이었고, 유년시절 희미해진 동경과의 만남이었다.

‘2008 통영국제음악제’는 그렇게 흘러갔다. 물고기마냥 가슴속에서 뛰어놀던 작은 파문은 선율의 흐름과 함께 가슴의 울림으로 살아나 싱싱한 바다로 뛰어들었다. 몸속에 잠자고 있던 작은 세포 마디마디는 그렇게 깨어났다.

축제란 이름을 빌려 음악에 흠뻑 빠져들기로 작정한 관객들이 참여한 한 바닷가에서의 클래식 공연은 열기로 가득 찼다.

올해 7회째를 맞은 통영국제음악제는 지난 21일 ‘BBC 필하모니’의 개막공연을 시작으로 26일까지 14개의 공식공연을 선보였다.

젊은 거장 자난드레아 노세다를 비롯해 바이올리니스트 힐러리 한, 존 홀로웨이, 자끄 루시에 트리오 그리고 피아니스트 백혜선, 첼리스트 송영훈 등 화려한 출연진은 통영국제음악제를 1만명 이상의 클래식 애호가들이 찾는 축제로 이끌어냈다.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된 수준 높은 클래식공연을 지역에서 만끽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통영국제음악제는 성공적이었다.

한국에서 첫 내한 공연을 갖는 독일 오케스트라단체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는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공연이 예정된 가운데 그에 앞서 통영에서 먼저 독일 고음악의 진수를 선보였다.

고음악연주회는 당대악기와 주법으로 재현하는 원전악기들의 독특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크고 웅장한 오케스트라에 익숙한 이들에게 섬세하고 부드러운 고악기 연주는 악기의 음량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귀를 곤두세워야 하는 어려움이 따르기도 한다.

모든 곡은 왈츠 느낌의 밝고 경쾌한 바로크시대의 전형적인 연주형태로 통영시민회관을 드레스덴 궁전으로 바꿔놓았다.

음악회 프로그램 또한 새로웠다. 첼로를 비롯한 베이스 성부 악기들의 추진력은 음악회 내내 돋보였다. 바로크 음악은 기본적으로 춤곡 리듬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저음 악기들의 역동적인 리듬으로 바로크음악의 진수를 잘 전해줬다.

첼로를 비롯한 한 저음 악기들이 다소 과격할 정도로 리듬의 어택을 강조하며 튼튼하고 역동적인 베이스라인을 만들어내는 사이, 바이올린과 플루트 등의 고음 악기들은 베이스의 탄력을 받아 자유분방하게 뛰어놀았다. 쳄발로와 류트의 흔들림 없는 템포 역시 견고한 음악적 바탕을 만들어냈다.

무엇보다 20명 남짓한 단원 모두가 어느 세계적인 교향악단의 연주회에 협연자로 세워놓아도 하나같이 제 몫을 할 수 있을 만큼 탄탄한 실력을 갖고 있었다는 것이 부러웠다.

더구나 이번 공연에서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와 소프라노 ‘캐롤린 샘슨’의 협연 무대는 유럽의 웅장한 오페라 무대 못치 않은 극적이고 뛰어난 기교의 앙상블을 보여주었다.

캐롤린 샘슨의 목소리는 때로는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 같기도 하고, 물결소리 같이, 새소리 같이 눈물이 날 정도로 우아하고 아름다웠다. 그녀의 화려한 기교와 가수보다 배우에 가까울 만큼 섬세한 감정표현은 바로크 음악의 매력에 새롭게 눈뜨게 하기에 충분했다.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의 공연은 서서히 끝을 맺었고, 앙코르곡으로 선택한 아리아 <울게하소서>와 <G선상의 아리아>는 다소 교과서적일 수 있는 음악회를 한결 부드럽게 해주면서 관객들의 환호와 함께 긴 여운을 자아냈다.

김정화 기자  kimjh@seob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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