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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케이블카 추진 재도전… 환경단체 “지역갈등 초래”

산청, 케이블카 유치 공식선언
함양과 구례군도 공식화 예정
경남도, 전면 수정 최적안 구상

영호남 1개씩 검토해줄 것 기대
지역소멸 극복 위해서 필요하다

환경단체, 공익성·경제성 없어
찬반 갈등에 사회적비용만 소모

지리산에 케이블카 설치 열풍이 다시 불고 있다. 강원도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이 환경영향평가를 조건부 통과한 것을 계기로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이 케이블카 사업추진에 나서고 있다.

특히 경남도와 함양·산청군, 전남도와 구례군이 케이블카 재도전에 적극적이다. 남원시는 지리산산악열차에 행정력을 집중하느라 케이블카는 상대적으로 느슨한 상태로 재검토에 들어갈 예정이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이 케이블카 설치를 반대하고 있어 논란은 격화될 전망이다.

박완수 경남지사는 지난달 2일 “지리산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고도 개발되지 못했고, 인근 군 지역은 인구감소 등으로 소멸 위기에 처했다”며 “균형발전 차원에서라도 지리산케이블카 추진이 필요하다”며 적극적으로 나선 상태다.

경남은 그동안 3차례에 걸쳐 케이블카 건설 추진에 나섰으나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2012년 산청군·함양군이 환경부에 신청했지만 환경성·공익성·기술성 부적합 등을 이유로 부결됐고, 2016·2017년 국립공원계획변경 승인 신청이 반려됐다.

경남도는 행정기구 설치 조례 등을 개정해 오는 7월께 지리산케이블카 설치에 관한 사무를 신설하고 태스크포스(TF·임시조직)팀을 구성해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경남과 함께 지리산을 공유하는 전남 구례군과 전북 남원시도 케이블카 또는 산악열차를 추진하고 있다.

산청군, 전담기구 설치하겠다

이승화 산청군수는 지난달 24일 군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업무협의회에서 “산청군민의 염원인 지리산케이블카를 설치해 지리산권 관광활성화 기반을 마련하고 지역경제에 기여하겠다”며 지리산케이블카 설치사업 추진을 공식화했다.

산청군은 이날 지리산케이블카 태스크포스(TF) 팀을 출범하고 본격적인 추진에 돌입했다. 과거 사업추진 경험을 바탕으로 국립공원계획변경안을 조속히 마련해 경남도와 함께 환경부에 국립공원계획 변경을 신청한다는 방침이다.

환경부는 지난 2010년 10월 자연공원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자연보존지구 내 케이블카 거리규정을 2㎞에서 5㎞로 연장하고, 상층부 정류장의 높이를 9m에서 15m로 높이로 늘렸다. 국립공원의 정상까지 케이블카가 올라갈 수 있는 여건을 갖춘 것이다.

산청군은 중산리관광단지에서 장터목까지 4.3㎞ 구간에 케이블카를 설치할 계획이다. 사업비는 1200억원이 소요될 전망이다. 출발점은 중산리관광단지이지만 용역 결과에 따라 거리가 줄어들 수도 있다.

한편 산청군은 지난 2019년 12월 전액 군비로 총사업비 250억원을 들여 동의보감촌 주제광장에서 왕산까지 1.87㎞ 구간에 케이블카를 추진할 예정이었으나 지지부진해 수면 아래로 가라앉으면서 상대적으로 지리산케이블카에 집중하고 있는 모양새다.

함양군, 군민 추진위 발족 계획

산청군이 한발 빠르게 지리산케이블카를 공식화하자 함양군도 본격적으로 케이블카 설치에 뛰어들 기세로 시기만 보고 있다. 함양은 산청과는 다르게 군민추진위원회를 발족해 지리산케이블카 유치에 본격적으로 합류할 계획이다.

함양군은 지난 2012년 1월에도 지리산케이블카 군민 유치위원회를 구성해 전통시장과 대전·통영 고속도로 함양휴게소 등 군민이 많이 모이는 곳에 서명을 받아 발대식을 열기도 했었다. 또 2014년 9월에는 군민 등산대회를 열어 케이블카 유치 열기를 고조시켰다.

앞서 함양군은 2일 마천면사무소에서 이장·사회단체장, 케이블카 유치위원 등 1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지리산케이블카 민간 유치위원회 발대식을 열고 이현규 전 함양군 행정국장을 위원장으로 선출했다. 또 이장, 사회단체장, 지역주민, 향우회 등 100여명을 민간위원으로 구성했다.

함양군은 백무동 주차장에서 장터목까지 4.5㎞ 구간에 케이블카 건설을 추진했으나, 현재는 추성에서 장터목까지 6.2㎞ 구간으로 변경됐다. 3.2㎞는 공원자연보존지구 밖이고, 3㎞가 공원자원보존지구에 해당된다. 총사업비는 1800억원 가량 예상하고 있다.

함양군은 칠선계곡과 한신계곡 등 빼어난 자연경관과 사통팔달로 뚫린 고속도로를 장점으로 최대한 부각시켜 케이블카 유치전에 뛰어들겠다는 전략이다.

진병영 함양군수는 “케이블카 사업은 양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리산에서 가장 자연환경이 잘 보존되어 있고 좋은 곳을 케이블카로 볼 수 있게 한다면 가장 좋은 코스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구례군, 케이블카 노선 재검토

구례군은 지난 1997년 전남 첫 관광특구로 지정된 지리산온천관광단지의 활성화를 위해 케이블카 유치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지리산온천랜드는 2015년 29만명이 넘는 방문객이 찾았지만 5년 만에 86%가 줄었다. 2020년부터는 운영난을 이유로 무기한 휴업에 들어가면서 지리산온천관광단지의 쇠락을 가속화 시켰다. 현재 주변 상가와 숙박시설들도 대부분 휴업하거나 폐업을 단행했다.

지리산온천관광지 정비 등에 투입한 예산만 100억원이지만 실질적인 효과를 보지 못하면서 지역민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이에 구례군은 산동 온천지구와 지리산케이블카를 활성화 해 체류형 관광단지로 지역경제 발전을 도모할 계획이다.

구례군은 올해 안에 노선을 조정해 국립공원위원회에 지리산케이블카 설치를 위한 공원계획 변경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 경남도가 속도를 올리는 만큼 전남도와 합심해 케이블카 노선 등을 전면 수정해 다시 도전하기로 했다.

구례군이 검토 중인 지리산케이블카는 산동면 지리산온천광관지와 성삼재 주차장을 연결하는 3.7㎞ 구간이다. 2.6㎞는 국립공원 외 지역이고, 1.1㎞가 국립공원 내에 있다. 케이블카 규격은 자동순환식으로 8인승 총 38대로 총공사비는 500억원 정도 예상하고 있다.

김순호 구례군수는 “구례군의 미래를 위해서는 반드시 지리산 케이블카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군민들과 함께 올해 내 국회 등을 찾아가 의원과 정부 부처를 설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남원시, 지리산산악열차에 집중

남원시는 지리산케이블카 보다는 지리산산악열차를 밀어붙이는 형국이다. 남원시는 2013년 환경단체들의 반발과 환경부의 제동으로 지리산케이블카 설치가 어려워지자, 2013년 산악 전기열차 사업으로 방향을 틀었다.

남원시는 2019년 기본계획 연구용역을 통해 어느 정도 구체화된 상태다. 2020년부터 2028년까지 남원시 주천면·산내면 일대에 1102억원을 투입해 13㎞ 길이의 궤도를 2단계에 걸쳐 설치하겠다는 계획이다.

1단계는 시범노선(고기삼거리~고기댐) 구간 1㎞, 2단계는 실용화노선(육모정~고기삼거리, 고기댐~정령치) 구간 12㎞다. 전 구간 기존 도로를 활용하고, 열차운행이 없을 때 차량통행이 가능하도록 매립형 궤도(트램)를 사용하며, 전력선 없이 배터리로 전기를 공급하는 방식이다.

남원시의 당초 지리산케이블카 설치 계획은 반선에서 중봉까지 6.6㎞ 구간이었으나. 2014년 10월부터 케이블카 노선을 남원허브밸리에서 바래봉 2.1㎞ 구간으로 축소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변경된 노선에는 시공장비가 진입할 수 있는 도로가 이미 개설돼 있어 환경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허브밸리∼바래봉 노선은 백두대간 보호구역에 해당하지 않아 민간투자가 가능하다는 점도 지방재정이 열악한 남원시의 현실적인 대안으로 제시됐다.

하지만 남원시는 산악열차 추진 이후, 케이블카 추진과 관련한 사업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 명시적으로 케이블카 사업을 포기하겠다고 밝히지도 않았다. 남원시 관계자는 “남원시는 케이블카 사업에 대해 어느 지역이 도움이 되는지 최적인 장소와 경제적인 여건 등 모든 것을 따져 종합적으로 판단하자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케이블카, 여러 지자체 얽혀 있어

환경부는 지난 2012년 6월 제97차 국립공원위원회를 열어 "경남 산청·함양군, 전북 남원시, 전남 구례군 등 지리산권 4개 지자체가 제출한 케이블카 설치는 지리산에 1개 노선만을 설치해야 한다"는 조건으로 부결했다.

‘지역을 단일화해 재신청하면 검토하겠다’는 조건부이지만 지방자치단체별 사정이 다른 데다, 시군별 협의에서도 단일화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조건이 사실성 허가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하지만 환경부가 지난 2월 국립공원 설악산 오색케이블카에 대한 조건부 허가 결정을 내리면서 사정이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설악산에 케이블카를 건설하는 것이 사실상 승인된 만큼 지리산케이블카 사업추진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

박완수 경남지사는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설치사업이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한 것처럼 지리산케이블카 역시 준비를 잘하면 충분히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승화 산청군수와 김순호 구례군수는 지난해 7월 산청군청에서 만나 “지난 2012년도부터 이어져 온 환경부의 지리산권 4개 시·군 1개 노선 합의 요구사항은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해 지리산권 4개 시·군이 적극 협력해 케이블카 설치를 위한 최적의 방안을 환경부에 공동 건의하자”고 제안했다.

경남도와 산청·함양군, 전남도와 구례군은 내심 지리산권 1개 노선에서 나아가 현 정부가 영·호남 각각 1개씩의 노선을 검토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지자체들은 오랜 군민의 숙원사업 해결과 지방소멸 극복을 위해서도 영·호남 지리산케이블카 설치는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경남도 케이블카 추진 관계자는 “2016년 마지막 신청 때 노선안은 긴 구간 등 현실적으로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협의 과정을 통해 최적 노선안을 도출하려고 한다”며 “전북·전남과도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지리산케이블카는 환경단체의 반발도 무시할 수 없다. 지리산생명연대와 지리산사람들 등은 “지리산은 우리나라 제1호 국립공원으로 상징적인 의미가 큰 곳”이라며 “케이블카 설치는 환경훼손이 불 보듯 뻔하고 공익성이나 경제성조차 없다”고 결사반대하고 나섰다.

케이블카로 경제적 효과를 노려 일방적으로 추진하다가 지금까지 30년 넘게 끌어온 것처럼 다시 산청·함양군 전남 구례군, 전북 남원시와 환경단체의 갈등, 지역 주민과 주민 간의 찬반 갈등으로 인한 크나큰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영철 기자  achimstor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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