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군 4번째 환경부에 제출
중산리~장터목 3.15㎞ 구간
당초 5.4㎞서 크게 줄여 신청

함양군 “생존권이 걸린 문제”
어느 한쪽이 양보할 수 없어

함양 마천면 주민들이 주축이 된 '함양지리산케이블카 유치위원회' 임원들이 14일 진병영 함양군수를 만나 "산청군의 일방적인 지리산케이블카 신청은 함양군민을 무시한 처사"라며 강하게 항의했다. 진 군수는 "케이블카는 함양군민의 생존권이 걸린 문제"라며 유치위원회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을 약속했다. <사진: 함양군>

산청군이 지난달 22일 단독으로 환경부에 지리산케이블카 설치를 신청하면서 함양군이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산청·함양군은 환경부에 케이블카 건설을 신청했지만 환경성·공익성·기술성의 부적합(2012년)과 국립공원계획변경 승인 신청(2016·2017년)이 반려되면서 3차례에 걸쳐 무산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산청군이 이번에 4번째 환경부에 제출한 지리산케이블카 설치구간은 2017년 산청·함양군이 공동추진해 무산된 산청군 시천면 중산리~지리산 장터목~함양군 마천면 추성리를 잇는 10.5㎞ 구간에서 산청 구간인데 이마저도 당초보다 줄어든 3.15㎞구간이다.

출발장소도 지난 5월 검토했던 안보다 조금 줄어들었다. 중산리관광단지에서 장터목까지 4.3㎞ 구간을 계획했다가 중산리~장터목 인근 3.15㎞ 구간으로 최종 결정했다. 산청군은 1179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환경친화적인 공법으로 2029년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산청군은 지난 4월 이승화 군수가 업무협의회에서 “지리산케이블카를 설치해 지리산권 관광활성화 기반을 마련하고 지역경제에 기여하겠다”며 지리산케이블카 태스크포스(TF) 팀을 출범하고 본격적인 추진에 돌입했었다.

관건은 함양군과의 조율이었는데 이승화 산청군수는 “시장·군수 회의에서 합의가 된 사항이다. 지사가 시장·군수 회의에서 산청군이 먼저하고 함양군은 좀 있다가 하도록 이야기했다”며 자신감을 표출했다.

박완수 도지사도 힘을 실었다. 박 지사는 지난 5월 기자간담회에서 지리산 케이블카에 대해 “필요하다면 우선 1차적으로 한 곳을 먼저 하는 것이 중요하다. 산청이든 함양이든 먼저 할 수 있는 곳을 선정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만약에 어느 자치단체가 신고하겠다고 하면 경남도 입장에서는 적극적으로 지지하겠다”고 케이블카 건설에 동의했다.

이에 따라 함양군도 본격적인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함양군 마천면 주민들이 주축이 된 함양 지리산케이블카 유치위원들은 “국립공원 규제에 묶여 주민들의 생계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에서 산청군의 일방적인 지리산케이블카 신청은 함양군민을 무시한 처라”하고 분개하면서 유치위원회에 200여명이 참가했다.

진병영 함양군수는 14일 유치위원회와 만난 자리에서 “지리산케이블카는 어느 한 시군이 양보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함양군의 케이블카 유치 의지는 변함없다”며 “지리산케이블카 유치는 국립공원 규제로 핍박받고 있는 함양군민의 생존권이 걸린 문제다”고 의지를 피력했다.

함양군은 2008년부터 지리산케이블카 설치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왔다. 2011년에는 단독노선으로, 2015·2016년은 산청군과 공동노선으로 국립공원계획 변경 안을 환경부에 신청했으나 이듬해에 모두 반려됐다.

환경부 관계자는 “산청군의 신청서를 검토 중”이라며 “2012년과 2017년 부결 당시 정책이 현재도 변화된 것은 없다”고 밝혀 정책이 바뀌지 않는 이상 케이블카 추진은 어려움이 전망된다.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는 지난 2012년 6월 “경남 산청·함양군, 전북 남원시, 전남 구례군 등 지리산권 4개 지자체가 제출한 케이블카 설치는 지리산에 1개 노선만을 설치해야 한다”는 조건으로 부결한 적이 있다.

‘지역을 단일화해 재신청하면 검토하겠다’는 조건부이지만 지방자치단체별 사정이 다른 데다, 시군별 협의에서도 단일화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조건이 사실성 허가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2월 환경부가 국립공원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에 대해 조건부 허가 결정을 내리면서 사정이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설악산에 케이블카를 건설하는 것이 사실상 승인된 만큼 지리산케이블카 사업추진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

산청군이 추진하고 있는 지리산케이블카 상부 정류장 조감도. <사진: 산청군>

산청군의 단독 신청도 이같은 배경이 뒷받침 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7월 이승화 이승화 산청군수와 김순호 구례군수가 산청군청에서 만나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 지리산권 4개 시·군이 적극 협력해 케이블카 설치를 위한 최적의 방안을 환경부에 공동 건의하자”고 사전 논의하기도 했었다.

당초 산청군은 신청한 지리산케이블카는 2012·2016·2017년 산청군 중산리~지리산 장터목~함양군 추성리를 잇는 10.5㎞ 구간에서 5.4㎞를 차지했었는데, 이번에는 3.15㎞ 구간으로 대폭 줄여 신청한 것이 특징이다. 이는 2016년 마지막 신청 때 노선안은 긴 구간으로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권고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지리산케이블카 설치를 위해 남원·구례·산청·함양 4개 지자체가 유치에 나서고 있지만 구례군은 2022년 단독으로 지리산국립공원 계획변경안을 신청했다가 반려당한 바 있다. 남원시는 지리산케이블카보다는 지리산산악열차에 집중하고 있어 사실상 한발 멀어진 셈이다.

한편 지리산케이블카 반대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산청지역 환경·주민단체들은 ‘지리산 케이블카 반대 산청주민대책위’를 결성하고 오는 24일 산청군청 앞에서 출범을 선언하며 관련 활동을 벌여 나가기로 했다.

경남 녹색당도 지난 10일 성명을 통해 “케이블카를 타러 온 관광객들은 불편한 시골에서 먹고 자는 것이 아니라, 빠르게 이동해 갈 뿐이라 지역경제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지리산생명연대·진주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들도 지리산케이블카에 반대하고 있다.

이영철 기자  achimstory@hanmail.net

<저작권자 © 서부경남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