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포는 곧은 절벽을 무서운 기색도 없이 떨어진다

규정할 수 없는 물결이
무엇을 향하여 떨어진다는 의미도 없이
계절과 주야를 가리지 않고
고매한 정신처럼 쉴 사이 없이 떨어진다

금잔화도 인가도 보이지 않는 밤이 되면
폭포는 곧은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곧은 소리는 소리이다
곧은 소리는 곧은
소리를 부른다

번개와 같이 떨어지는 물방울은
취할 순간조차 마음에 주지 않고
나타(懶惰)와 안정을 뒤집어 놓은 듯이
높이도 폭도 없이
떨어진다.

함양 안의 용추폭포.

힘이 들 때 가끔씩 찾는 곳이 있었다. 우렁차게 떨어지는 물소리를 듣고 싶어, 타협하지 않고 굳은 의지로 내려오는 물줄기를 보고 싶어, 가슴 속에 결연한 의지를 담고 싶어 찾곤 했었다. 어느덧 시간은 한 세대를 훌쩍 흘러 가버렸다. 질풍노도의 시기였던 소년이 아직도 폭포 앞에 서 있는지 어른거린다. 정신을 번쩍 차리니 웅장한 폭포의 물줄기는 옷자락에 물들어 있다. “곧은 소리는 곧은 소리를 부른다” 폭포 같은 그리움이 있다는 건, 한결같은 길을 가고 있다는 다짐일 게다. 가슴 시리도록 외롭지만, 그대가 주는 웃음은 행복이다. <우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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