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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국제연극제, 변화 없이 이대로 가면 ‘동네축제’ 전락연극제의 꽃 ‘경연참가’ 사라져… 세미나·워크숍도 배제

공연 이뤄진다고 연극제 아니다
본질에 충실할 때 관객들 모여

정치인들 특별 단상 차지하는 것
볼썽사납기 그지없는 형태

폭우 등 이상기후에 대비 못해
하늘만 바라보고 개막 준비해야

제33회 거창국제연극제가 7월 28일부터 8월 11일까지 15일간 열렸지만 예년과 비교해 열정과 흥행성이 낮아 보였다. 거창군이 지난해와 비교해 보완대책을 세웠지만, 내용과 형식의 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었다는 평가다. 관이 주도하는 연극제의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사진: 서부경남신문>
제33회 거창국제연극제 개막식에서 내빈들이 인사를 하기 위해 단상에 나와 있는 모습. <사진: 서부경남신문>

올해로 33회째를 맞이하는 거창국제연극제는 거창군이 상표권을 인수하여 거창문화재단이 주관해 2회째 맞이하는 축제였다. 지난해 언론·군의회·지역민들이 제기한 문제점들에 대해 보완대책을 세웠지만, 내용과 형식의 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었다.

개막식이 일반관중이 아닌 초청받은 일부 소수계층에게만 독점되어 32회 연극제에서 심한 질타를 받았지만, 올해도 무대 방향만 바꾸었지 그대로 진행됐다. 또 사실상 프레스센터의 부재로 연극제 홍보와 마케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도 여전히 숙제로 남았다.

특히 초청공연과 함께 거창연극제의 양대 축인 젊은 연극인들의 경연제가 이번 축제에서 아예 배제된 것은 반쪽짜리 축제로 전락한 것과 진배없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국제행사에 연극제 기간 연극세미나·초청강연회가 없었다는 것은 고만고만한 축제로 추락한 느낌마저 들었다.

무엇보다도 거창국제연극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연극 전공자들의 시스템이 배제됐다는 것이다. 거창문화재단의 사업 중 일부로 추진되는 연극제는 전문성 부재로 질타를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북적여야 할 축제장이 주말을 제외하고는 썰렁하다보니 예전보다 퇴보했다는 느낌이 자꾸만 드는 것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었다.

거창군은 국제연극제를 세계 3대 야외연극축제로 만들겠다고 구호만 요란했지, 실질적으로 관광자원화와 문화산업화로 이끌기에는 역량이 부족해 현재로서는 그 길이 요원해 보였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개막식, 수중 특설무대 폭우 변수 안해

연극제 개막식(7월 28일) 하루 전인 7월 27일 무대 모습. 7월 25·26일 거창에도 호우주의보가 발효되면서 주최 측에서는 비상상황에 대기해야 했다. 다행히 이틀 동안 비가 내리지 않아 개막식을 준비할 수 있었다. <사진: 서부경남신문>
연극제 폐막(8월 11일) 하루 전인 8월 10일 모습. 제6호 태풍 ‘카눈’으로 폭우가 내려 수승대 수중 특설무대가 유실됐다. 예정됐던 폐막식은 결국 축제극장으로 옮겨 진행해야 했다. <사진: 독자제공>
사진에 보이는 동그란 원은 계곡에 설치된 수중무대가 폭우로 떠내려 오다 수승대 잠수교 배수문에 걸려 있는 모습이다. <사진: 독자제공>

올해 거창국제연극제가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은 개막작이다. 베르디의 오페라 ‘춘희’(라 트라비아타·La Traviata)를 개막작으로 정해 50인조 오케스트라의 웅장하고 아름다운 선율을 연극과 접목해 합창단·성악가·연극배우 50여명이 출연해 애절한 사랑 이야기를 음악극으로 다뤘다.

수승대의 뛰어난 풍경과 물소리와 별빛이 흐르는 위천천에 세워지는 무대의 모습은 장관을 이뤘다. 게다가 물빛 위에 쏟아지는 환상적인 조명은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의 감동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관객들에게는 황홀함으로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몽환적인 무대를 이끌려는 노력이었다.

하지만 거창문화재단의 이러한 노력은 생각에 그쳤다. 주최 측은 지난해 수중무대가 수상보를 중심으로 만들어져 초청받은 일부(240~400명)만 단상에서 관람하면서 정작 축제의 주인공인 연극인들과 관객들은 철저히 외면 받았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올해도 유사사례를 되풀이 한 격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위천천에 특별제작한 수중무대는 무지개극장을 중심으로 왼쪽으로 45도 방향을 틀었지만, 단상에는 초청받은 내빈(군수·도의원·군의원·농협지부장·읍면 주민자치회장·사회단체 대표·향우회·거창문화재단 이사)들이 5열 각 26명씩 130명만 가량만 오롯이 관람했지, 일반 군민들과 관객들은 이번에도 외면당하면서 한여름 밤 꿈의 무대는 볼 수 없었다.

더욱이 위천천 중앙에 설치된 수중무대가 관람석보다 낮다보니 뒤에 서 있는 관객들은 앞사람에 가려 제대로 연극을 볼 수가 없었다. 실제로 소리만 들리고, 제대로 연극을 관람할 수 없다보니 수승대에 구경 온 관객들에게는 불평이 뒤따랐다. 연극인들을 밀어내고 정치인이 단상을 차지하는 행태는 볼썽사납기 그지없다.

거창군 관계자는 “당초 무지개극장을 중심으로 100m 가량 이어지는 계단식으로 된 제방 바위들 위에 앉아 누구나 쉽게 구경하려고 했었지만 경찰이 안전사고를 우려해 제지하는 바람에 무대가 불편해보였다”고 말했다. 일부 관객들도 “안전이 가장 중요하지만, 어른 가슴팍 정도 오는 물깊이에 경찰들이 너무 과민 대응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관객석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고 수중무대에만 치중했다는 점이다. 초청받은 내빈 위주의 무대였지, 일반 관객의 무대라고는 볼 수 없었다. 거창군은 무지개극장을 중심으로 양쪽과 위천천 맞은편에 간이의자를 1000개 넘게 준비했지만, 일부 앞 열을 제외하고서는 제대로 관람하지 못했다. 무지개극장 맞은편 관람석도 거리가 멀어 배우들의 식별이 어려웠다.

특히 날씨가 변수다. 수중무대는 원학동 월성계곡에서 발현된 물줄기가 수승대를 따라 내려오다 계곡 한 가운데 설치된 곳이라 장마가 계속되거나 국지성 폭우가 내릴 경우 공연자체를 포기해야 할 상황도 생길 수 있다. 실제 33회 이어오는 국제연극제 기간 동안 개막식날 비가 오는 경우도 있었고, 공연 중간에 폭우가 내려 수변무대 공연이 취소되기도 했었다.

다행히 올해 개막식 날은 비가 오지 않았지만 이틀 전까지 거창에 호우주의보가 발효되면서 주최 측에서는 안절부절 비상상황에 대기해야 했다. 폐막식도 11일 수중 특설무대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태풍 6호 카눈이 경남 통영 해안으로 상륙하면서 9·10일 공연이 취소됐으며, 개·폐막 수상무대는 결국 급류에 휩쓸려 떠내려갔다.

이는 여름철 게릴라성 폭우와 장마가 아니라 한반도가 ‘우기’에 접어든 것에 대한 대비가 부족한 것으로 오직 날씨만 바라봐야 하기 때문에 거창국제연극제 측에서도 모험이기도 하다. 개막식에 들어간 예산만 무대 4500만원 등 1억2000만원 이상의 금액이 집행됐는데 하늘만 바라보며 개막을 준비하고 기원할 때가 33회를 맞는 국제행사로써 준비된 자세는 아니다.

젊은 연극인 ‘경연참가’ 사라져

예산 1억2000만원 이상이 투입된 연극제 개막식 공연 ‘춘희’가 단상에 초청받은 내빈들 130명만 즐겼다는 평가다. 무지개극장 중앙무대의 내빈들은 보이지만 양옆 제방 돌계단의 관객들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반대편 관객들도 거리가 멀어 제대로 된 공연 관람이 어려워 절반 가까이 공연 중간에 자리를 떠났다. <사진: 서부경남신문>

경연이 거창연극제 이끄는 힘
젊은 연극배우들 설 자리 없어

국제행사에 학술회 2년째 빠져
국비 평가항목으로 준비해야

연극제 옛 명성 되찾기 위해서는
진심으로 소통하는 혁신이 필요

거창국제연극제가 지난해보다는 준비가 많이 된 것은 사실이다. 해외기획공연은 초청작품이 보강되면서 볼거리가 더 화려해지고 내실 있는 축제로 알차게 꾸려졌다. 독일 보덱커·네안더의 ‘데자뷔’와 300년 전통의 벨기에 왕립 인형극단 토네의 ‘삼총사’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만나는 초연공연이라 한껏 기대를 부풀게 했다.

그러나 거창국제연극제의 두 축을 지탱한 공식초청과 경연참가 가운데 경연참가작이 사라졌다는 것은 아쉬운 상황이다. 지난해 11억원(도비 3억·군비 8억)보다 올해 14억원(도비 5억·군비 9억)으로 예산은 대폭 늘어났지만 경연참가작이 사라지면서 젊은 연극배우들의 설자리가 사라진 것.

거창국제연극제 경연참가는 2002년(제14회 대회) 첫 시행하면서 대한민국 연극제에 크게 기여하고 예비연극인들을 육성하며, 연극발전의 초석과 끊임없는 관객개발을 이끌어 왔다.

시상내용도 단체상과 개인상으로 구분해 키프트(KIFT·거창국제연극제 약자) 대상(2000만원) 금상(1000만원) 은상(500만원)을 수여했다. 개인상에는 키프트 연출상(200만원) 희곡상(200만원) 연기대상 남(400만원), 여(400만원) 시상금과 상장 및 트로피를 지급했다.

특히 수상단체는 다음해 공식초청참가 공연으로 초청되며, 거창국제연극제 집행위원회에서 세계 초연작을 기획공연할 때 전속단체로 참가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했다.

거창문화재단은 “올해 경연작을 모집했으나 4개팀 밖에 참가하지 않아 취소하게 됐다”고 말했다. 연극 관계자는 “예년과 달리 상금(500만원)이 적어 제작비도 못 건지고, 수승대가 아니라 읍에 있는 거창문화센터에서 공연되는 상황에서 참가할 이유가 없었다”고 밝혔다.

거창국제연극제 경연참가 신청극단은 매년 60~70개 가량 출품이 이뤄졌던 것과 비교하면 10분의 1 이상으로 줄어들어 안타까운 상황이다. 경연시스템은 거창국제연극제의 꽃이었고, 전국의 극단들도 거창국제연극제 경연에 참가하는 것을 극단의 최고 가치이기도 했다.

경연작이 배제되면 한국연극계에서 거창국제연극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사라진다는 것을 거창군과 거창문화재단 관계자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연극제를 활성화하는 목적에서도 경연작 도입은 철칙으로 지켜야 한다.

세미나·워크숍·강연회도 없어

경남연극협회 이사회가 연극제 기간 거창연극학교에서 열렸다. <사진: 거창군>

지난해와 이어 올해도 거창국제연극제 부대행사로 이루어지던 학술세미나, 워크숍, 초청강연회 등의 아카데믹한 부대행사가 필수적인데도 불구하고 빠졌다.

부대행사는 연극제를 충실하고 풍성하게 해주고 축제의 전문성을 높이는 시너지기능을 가지고 있다. 또 차기 연극제 발전을 위한 연극학자들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흡수하는 기회의 장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2년째 학술행사가 제외된 점은 깊이 고민해야 할 지점이다.

포럼은 거창군이 지난 2월 거창문화원 상살미홀에서 거창국제연극제 발전방향 및 거창연극예술복합단지 운영방안 수립을 위한 ‘거창연극도시 활성화 학술포럼’이 유일했다. 차라리 이 포럼은 연극제 기간에 여는 것이 더 바람직하고 축제에도 충실한 것이 아닐까 싶었다.

전문가들은 거창연극제가 야외공연축제인 점에 후한 평가를 내리고 있었다. 흔치 않은 축제로 이를 계속 유지해야하며 자연과 풍광이 주는 매력적인 요소에 대해서도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사실 실내연극제였던 거창연극제가 성공한 바탕은 야외극으로 탈바꿈한 덕분이었다.

그러나 이런 거창국제연극제의 기조가 흔들리고 있다. 개막식 작품을 음악극으로 선정한 것부터 연극의 본질에 충실하지 않았다는 평가다. 응집된 축제가 아니었고, 신나고 흥겨움보다는 정적으로 차분하고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흥행성도 예전 수준에 크게 못 미쳤다.

지난 포럼에서 다수의 토론자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한 것은 예술감독의 중요성이었다. “해외명작들의 초청과 국제적인 협력공연 제작을 위해서는 예술감독의 중요성은 물론 그 권위도 함께 부각되어야 한다”는 제안은 전문성 있는 연극인이 긴 안목으로 연극제를 이끌어 가야 한다는 것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같은 고견은 철저히 무시당한 느낌이다. 포럼에서 나온 내용들이 현장에서 반영되지 않으면 학술회의 의미를 찾을 수 없는 이유에서다. 거창문화재단은 세미나 대신 연극제 기간인 7일 경남연극협회 제3차 이사회를 거창연극고등학에서 열었다. 경남지역 각 지부에서 참여한 연극협회 이사들은 회의를 마치고 수승대로 이동해 연극도 관람하며 지역 연극인들과 소통하는 자리를 가졌다.

표는 매진, 객석은 ‘노쇼’ 발생

거창연극제 개막작으로 100여명이 출연한 ‘춘희’의 마지막 장면. <사진: 거창군>

올해 거창국제연극제는 ‘알고 보면, 더 재밌는 상상’이라는 슬로건으로 7월 28일부터 8월 11일까지 15일간 수승대 및 거창군 일원에서 열렸다. 참가단체는 국내공식초청 14편, 해외공식초청 6편, 해외프린지공연 4편, 국내프린지공연 26편 등 국내외 10개국 54개 단체로 82회 진행이었으나 태풍으로 8월 9·10일 공연은 취소됐다.

공연은 작년보다는 알차게 꾸며졌다. 해외공식초청도 화려해졌고, 곳곳에서 노력한 흔적이 보였다. 그러나 유료극장의 공연시간이 모두 오후 8시로 일괄해 정해진 것은 아쉬웠다. 시간을 달리했다면 연극마니아 계층이나 시간을 제때 맞추지 못한 관람객들은 2편을 모두 보거나 1편이라도 볼 수 있었는데, 시간이 일정하다보니 연극제 특유의 자유스러움과 젊은이들이 붐비는 현상은 볼 수 없었다.

그리고 유료관객이 100% 매진된다고 해도 축제극장 537석 9일(4833명), 구연서원 300석 4일(1200명), 돌담극장 400석 8일(3200명) 총 21편으로 9233명에 지나지 않아 규모를 키워야 할 것으로 진단됐다. 이는 제23회 밀양공연예술축제가 5개 유료극장에서 3~5편씩 9일간 33편이 꾸준히 공연된 것과 비교하면 물량 면에서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티켓수입도 사전예매(5000원)를 감안하면 6000~7000만원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보여 작품이 더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여기에 7월 29일 진행된 축제극장(537석) 공연좌석이 전부 매진됐지만, 기관에서 연극표를 구입하고, 각 면에서 단체관람이 잡히다보니 실제 150석 가량의 ‘노쇼’가 이뤄진 것은 반성해야 대목이다. 연극공연은 장려해야 할 일지만, 관 주도로 이루어지다보니 생각지도 않은 변수가 발생한 것이다.

또 관객이 가장 많이 몰리는 8월 첫 주말 공연이 빈약한 것은 앞으로 기획단계에서 보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8월 6일 일요일 공연은 축제극장은 빠지고, 구연서원 공연 1편 뿐이었다. 토·일요일 공연은 신나고 경쾌한 뮤지컬 등의 가족공연이 있어야 관객을 많이 모을 수 있다는 점을 유념했으면 한다.

아울러 프레스센터의 보강은 필수적인 항목이다. 국제행사에 프레스센터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던 것은 어쩌면 부끄러운 일이다. 홍보팀이 절대적으로 보강돼야 하고, 거창국제연극제 안내보다 각 공연에 대한 작품설명과 해설이 뒤따라야 연극이 가진 본연의 힘으로 거창국제연극제도 예전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진단된다. 작품을 통해 연극제가 소개되어야 전국적으로 이목을 받을 수 있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군민들과 관객들은 한여름 밤 연극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과 마치 서울의 명동거리처럼 인파가 뒤섞여 왁자지껄했던 그 시절을 떠 올리곤 한다. 이것이 거창국제연극제에 바라는 기대다. 비록 피서문화가 바뀌어 수승대를 찾는 인파가 적다고 하지만, 각고의 노력과 혁신이 이뤄진다면 그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국내 최대 야외연극제의 명성을 되찾길 바란다.

질타보다는 아픔이 더 큰 연극제
외면당하기 전에 먼저 변화 필요

일반 관객의 눈으로 연극제 봐야
제대로 된 혁신과 소통 가능해져

개막식 당일 수중 특설무대 모습. 왼쪽에 배치된 무지개극장 단상 130석을 제외하고는 일반 관객들은 공연을 제대로 구경하기 어려운 구조다. 제방 돌계단도 안전사고 우려로 관람이 불가했다. 연극제 개막 30분을 남겨놓은 상황에서 내빈들이 착석한 모습. <사진: 서부경남신문>

올해 거창국제연극제 기사는 예년보다는 많이 힘들었다. 개막 첫날부터 초청관객 위주의 단상이 작년처럼 꾸며지고, 무대가 관객석보다 낮아 대부분의 관객들이 제대로 된 공연을 관람할 수 없다는 항의가 들리고, 중간에 지루하다면서 돌아가는 관객들을 보면서 질타보다는 아픔이 더 컸던 이유에서다.

도·군의원들이 일반 관객입장이 되어 한 번이라도 개막식을 바라본다면 과연 그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있을까. 이런 잘못된 관행들을 타파하기 위해 선출직 공직자가 됐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과연 혼자만의 탄식일까. 축제는 모두가 함께 즐겨야지 일반과 특수계층으로 나뉘면 절대 안 되는 일이다. 주최 측은 과연 누구를 위해 연극제를 준비한 것인가 하는 물음이 자연스레 뒤따랐다.

지난해도 연극제 관련 기사를 작품·음향·조명·심사·부대행사 등 전 분야에 걸쳐 연극인들과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세세하게 작성했었다. 울림과 객관적인 사실이 있어야 앞으로 제대로 된 축제를 준비할 수 있다는 바람에서다. 하지만 올해는 많은 것을 양보했다. 축제 중간에 불편한 기사가 나가면 행여나 관객들의 발길이 끊어지고, 외부에서도 영향을 받을까 애써 모른척했다.

거창국제연극제 성공 기원 현수막. <사진: 서부경남신문>

올해 연극제의 외형적인 부분은 분명 개선됐지만, 내면적인 부분의 변화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거창국제연극제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경연참가’의 배제와 학술세미나가 없는 점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웠다. 비록 지금 국비를 받고 있지는 않지만 이 항목들은 국비를 받고, 축제 평가항목에서 필요한 사안들이라 미리 준비해야했기 때문이다.

거창국제연극제는 일반 관객들의 눈으로 바라보면 어떻게 바꿀지 답은 나온다. 변화가 없으면 도태되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관에서 연극제를 주도하는 것도 잘못된 일이다. 의전에 치중한 개막식 초청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국제행사가 아니고, 동네축제로 전락한 느낌이다. 개막에 앞서 마련된 “만찬자리에서 수차례 폭탄주가 돌았다는 것”은 문화예술축제에 온 자격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다. 오죽했으면, 이런 사실들이 언론에 전달될까.

이제 연극제는 군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 거창문화재단은 예산 등 연극제만 주관하고, 실질적으로 연극제를 총괄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 초빙되어야 한다. 문화재단은 연극제가 끝나면 바로 한마음대축제 기획·운영에 들어간다. 본질적으로 연극제만 집중하는 단체가 아니다. 체계화되고 전문화되지 않으면 연극제가 성공하기는 어렵다. 더 늦기 전에 바뀌어야 한다.

특히 거창군의 ‘호언대로’ 연극제를 세계 3대 연극축제로 만들기 위해서는 아시아 지역에서 유일한 솔로 퍼포먼스축제인 ‘아시아1인극제·거창’과 국내 유일한 대학극 페스티벌인 ‘거창세계대학연극제’와 함께 열 수 있는 ‘거대 담론’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할 시기다.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군민 정서를 들먹이면서 그 자리에 머무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솔직히 내년에도 작년과 올해 지적한 점들을 기사로 써야 할까 두렵기도 하고 싫어도 진다. 비평하고 제안하기보다는 외면하고 싶은 심정이다. 언론도 외면하는 그때쯤이면 군민들도 아예 고개를 돌리지 않을까. 성공하는 것은 수십년간 걸리는 일이지만 추락하는 것은 순간이다. 정말 제대로 된 연극제로, 지역경제에 이바지하는 축제를 보고 싶다. 변화하면 충분히 할 수 있다. 올해를 ‘반면교사’로 삼아 진심으로 소통하며, 혁신하는 연극제가 되길 제언한다.

 

이영철 기자  achimstor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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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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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구마 2023-08-17 20:57:21

    이쯤했으면 버릴 줄도 아는 용기가 필요 하다. 한여름밤 자연과 함께하는 축제를 꼭 해야겠다면 다른걸 찾아보라.
    드론공연대회, 트로트팬축제, 캠핑축제등 얼마든지 연구하면 나올꺼 세빌랐다.   삭제

    • 배시범 2023-08-16 17:29:16

      내년부터 세계3대 연극제를 향한 글로벌 클래스에 더욱 부합하려면 잼버리처럼 해외 시선도 겸허히 받아들이고 전문성을 갖춘 순수 비평의 다양한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야하고 설사 혹평을 했다고해서 불이익을 받지않아야하며 KIFT가 합리적 의견과 소통 의지를 갖출때 더욱 발전 가능하겠지요.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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