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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본사 문턱 못 넘은 함양군… “안일한 대처” 비난 쇄도

진병영 군수 취임 이후 만남 불발
군 “쿠팡 측에서 만나주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관계자들 방문 유일

도비 100억에서 200억 특별지원
군비는 조례제정 늦어 혜택 없어

쿠팡 매매토지도 등기이전 완료
함양과의 관계는 파국으로 끝나

서춘수 전 함양군수가 2021년 11월 22일 쿠팡 본사를 방문해 박대준 대표(왼쪽에서 두 번째)를 만나 물류센터 조성에 대해 간담회를 가지고 있는 모습. 이후 함양군은 쿠팡 본사를 찾지 않았다. <사진: 함양군>

쿠팡 함양물류센터가 무산된 가운데 함양군이 지난해 7월 진병영 군수 취임 이후 한 번도 쿠팡 본사를 방문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쿠팡 유치에 꾸준한 절차를 적극적으로 이행해왔다는 함양군 발표와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부분이다.

함양군이 물류센터 입주를 위해 공식적으로 쿠팡 관계자를 만난 것은 지난해 10월 지구단위계획 지정 및 실시설계 이행절차를 위해 쿠팡 관계자들의 군청 방문이 유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 측의 이상기류를 감지한 진병영 함양군수는 3월 14일 박완수 경남지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도의 협조를 구하면서 박대준 대표이사와 통화를 요청했지만 “휴대폰을 받지 않아” 무산된 것으로 확인됐다.

박대준 대표가 함양군청을 찾은 것은 지난해 1월 18일 장영철 전무, 채수곤 정책협력팀 상무, 최이규 물류개발팀 상무와 함께 군수실에서 전임 서춘수 군수와 물류센터 조성착공에 대해 논의했던 것이 마지막이다.

이후 쿠팡이 함양군 언론보도에 등장한 것은 15개월만인 4월 14일. 함양군이 발표한 “지난 4년여간 매진해 온 쿠팡 함양물류센터 건립이 쿠팡 측의 사업 철회통보로 인해 무산되었다”는 보도자료를 통해서이다.

앞서 쿠팡은 4월 12일 “상호 간의 신뢰를 전제로 대규모 투자를 추진해왔지만, 당초 합의사항들이 이행되지 못함에 따라 부득이하게 협약해지 결정을 내리게 됐다”며 함양군에 계약해지 공문을 발송했다.

진병영 함양군수는 12일 서부경남신문과 만난 자리에서 “쿠팡 본사도 방문하고, 경남지사를 통해서도 박대준 대표이사를 만나기 위해 여러 차례 노력했지만 통화 자체가 연결되지 않았다.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진 군수는 “당선인 시절 인수위를 통해서도 쿠팡 유치에 노력을 기울였다”고 했다.

함양군 관계자도 “박대준 대표와 연락이 닿지 않아 함양군에 거주하는 박 대표 지인들을 통해 통화요청을 부탁했지만 ‘다들 통화할 수 없었다’며 군의 노력이 훼손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호소했다.

함양군은 쿠팡 대표이사도 만나고, 본사를 방문하기 위해 직·간접적으로 쿠팡의 문턱을 두드렸지만 연결고리를 찾지 못해 만남이 성사되지 못했다고 해명한 것이다.

하지만 군민들은 이를 두고 “함양군이 쿠팡 측에 무성의하고 너무 안일하게 대처한 결과로 보인다”며 비판했다. 함양군에 720억원을 투자하고 300명의 고용인원을 약속했던 쿠팡 측을 홀대하지 않았냐는 것이다.

또한 “포장, 검수, 운영, 배송인력 등 청년층의 대규모 일자리와 지리적 입지의 우수성을 내세워 쿠팡을 중심으로 타 산업을 유치하려던 계획마저 구심점을 잃게 된 것은 함양군의 크나큰 손실이다”고 분개했다.

쿠팡에 대한 기업지원도 늦었다. 쿠팡이 함양군의 투자선도지구에 들어오면 경남도가 기업에 지원하는 특별지원금을 최대 200억원까지 받을 수 있는 반면에 함양군은 지난 4월 20일 ‘함양군 기업 및 투자유치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면서 최대 15억원까지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조례제정은 빠르면 2~3개월이면 가능한데 함양군과 함양군의회가 늦장 대응하면서 비난을 자초했다. 군민들로부터 “함양군이 안일한 대처로 임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실제 쿠팡은 4월 14일 함양군의 보도자료에 대한 반박 입장문을 통해 “당초 함양군은 당사에 보조금은 지원하기로 했으나, 올해 1월 입장을 번복하면서 보조금을 지원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전해왔다”고 계약해지의 원인을 함양군에 돌렸다.

그러면서 “물류센터 건립을 더 이상 추진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올해 2월부터 수차례에 걸쳐 함양군 측에 충분히 설명해 왔으며, 협약이행을 위한 함양군 측의 적극적인 조치를 요청했다”며 “물류센터 건립추진 무산의 원인이 함양군의 소극행정과 약속 불이행에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함양군 관계자는 “쿠팡을 유치하기 위해 우리는 최선을 다해왔다”며 “기업 측이 이익이 된다면 왜 토지까지 매매계약을 체결해놓고 해지했겠냐. 우리가 알 수 없는 쿠팡 측의 애로사항이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쿠팡물류센터 투자 특별지원 보조금 확보를 위해 진병영 군수가 직접 도지사를 만나 협력을 요청하고, 적극적 기업유치를 위해 함양군 기업유치 특별지원 관련조례 개정 등 행·재정적 지원을 위한 절차를 꾸준히 이행해 왔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함양군과 쿠팡이 5월 10일 토지매매 계약을 해지한 등기부 등본. 7번 항에는 소유자가 쿠팡주식회사로 2022년 4월 18일 매매계약 일자가 적혀있다. <사진: 서부경남신문>

함양군과 쿠팡은 지난 2019년 4월 2일 함양읍 신관리 일대 18만4175㎡(5만5712여평) 부지에 720억원을 투자해 연면적 7만5710㎡(2만2902평) 규모의 대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첨단물류센터를 건립할 계획으로 투자협약을 체결했고, 2022년 4월 18일 46억원 규모의 토지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함양군은 신속한 사업착수를 강제하기 위한 일종의 안전장치로 “쿠팡은 토지계약 시점 1년 안에 건축계획 신고를 해야 한다”는 내용을 계약서에 삽입했고, 사업 불이행시 매매계약한 토지를 함양군이 환수할 수 있도록 했다.

이로 인해 쿠팡은 함양군의 부지환수에 따라 46억원에 대한 계약이행보증금 10%(4억6000만원)와 용역비(14억원) 등의 손실을 입었다. 쿠팡이 매매한 토지는 함양군이 5월 10일 이전등기를 완료하면서 양측은 완전히 갈라서게 됐다. 함양군은 6월 중에 쿠팡 측과 만나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하며, 공식적으로 마무리 지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쿠팡이 “물류센터는 경남도내 다른 후보지를 물색하는 중”이라고 밝히면서 가장 적극적인 고성군을 비롯해 거창·산청군도 쿠팡물류센터 유치에 뛰어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 측은 함양과의 관계가 무산되면서 시군과의 직접 접촉은 일절 안하고 있다”며 “경남도에서 먼저 정리를 해주기를 바라는 입장이다”고 말했다.

이영철 기자  achimstor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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