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통합논의 거론… 시민단체 “꼭 필요치 않다”
거창․함양 통합카드에 관심 vs 산청 시큰둥한 반응

정부의 자율통합 지원계획 발표 이후 행정구역통합이 전국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는 가운데 거창, 함양, 산청군도 조심스럽게 통합논의를 거론하고 나섰다.

하지만 통합이 논의되고 있는 자치단체 간 주장과 입장이 다르고, 정치적 상황과 맞물려 진행되는 경우도 있어 실제 통합에 이르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행정구역 개편이 효율성 중심으로만 논의되고 있어 통합에 대한 반대 여론도 적지 않다.

11일 각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거창은 함양과 합천을 중심으로 한 통합에 관심을 보였고, 함양은 산청과 거창으로 통합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산청은 함양과 산청과의 통합에는 시큰둥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산청은 진주시와의 통합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처럼 국회의원 선거구를 중심으로 통합논의가 나오고 있는 것은 각 자치단체가 명분을 앞세워 기득권을 손에 쥐고, 기선을 잡겠다는 입장 때문이다. 아직 서부경남은 통합논의 카드를 아무도 꺼내지 않았지만 3개 지자체는 모두 ‘원칙적 찬성’이란 입장을 밝혔다.

거창군의회 신주범 부의장은 “통합 논의는 군 의회나 집행부가 선언한다고 통합되는 게 아니라 지역 주민들에게 찬반 의견을 물어야 하고, 대다수가 통합에 찬성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각 자치단체별로 통합에 대한 의견을 구했다.

◆거창, 기득권 갖겠다=거창군은 행정구역 통합에 대해 능동적으로 대처한다는 방안이다. 지난 8일 군의회의 주례보고에서 거창은 함양, 산청, 합천과의 통합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방안을 제시한 상태다. 거창과 함양은 같이 묶되 산청 또는 합천 가운데 1개 군은 포함시켜 기득권을 갖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함양의 움직임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경남 서북부권의 중심축이 되기 위해서는 거창을 중심으로 행정구역통합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일부에서 서두를 필요 없다는 의견도 상당한 편.

◆함양, 느긋하게 관망=함양군은 통합이 된다면 거창, 산청과의 통합을 강력히 바라고 있다. 여기에 옛 함양 땅이었던 남원시의 인월면, 아영면, 산내면 일부를 통합해 통합의 중심도시로 발전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행자부 지침은 광역단체 간 시․도 경계를 넘어 통합을 할 수 없기에 이 안은 현재로서는 희박한 편이다. 여하튼 함양은 국회의원 선거구의 중심에 있기 때문에 통합 안을 느긋하게 지켜보면서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대처하겠다는 입장이다. 거창․함양․산청으로 통합이 이뤄진다면 3개 군 중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셈.

◆산청, 진주시와 통합=산청군은 통합방안에 전략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군 의회에서 지난 8월27일 지방행정체제 개편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이 위원회는 함양과 거창과의 통합보다는 진주시와의 통합을 강력히 요구할 태세다.

산청군 관계자는 “함양, 거창과 하는 군 단위 통합은 별의미가 없다”면서 “이들 지자체와의 통합은 주민편익이 아니라 불편이 더 많다”고 말했다. 그는 “산청의 입장에서는 도농복합통합으로 진주와 상생하는 길을 찾겠다”고 밝혔다. 산청은 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진주와의 통합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시민단체, 깊은 우려=정치적 노림수에 따라 통합논의가 나와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거창YMCA 김태섭 기획실장은 “행정구역개편의 방향과 형태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자치단체 간 통합을 부추기고,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깊은 우려를 낳게 한다”고 말했다.

변현성 마케팅연구소장은 “정부가 발표한 추진절차를 보면 2~3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또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가 동의하면 주민투표 없이도 자치단체 통합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주민결정권을 무시한 것으로 지방자치의 근본을 흔들 수 있다”고 말했다.

거창, 함양, 산청에도 행정구역개편의 바람이 불고 있지만 행정구역개편은 자발적인 주민들의 의사가 수렴되는 과정이 먼저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행정구역개편은 추진과정과 이후에도 심각한 주민갈등을 초래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충분한 공감대 없는 정책을 조급하게 추진한다거나 특정 정치세력의 이해에 좌우되어서는 안 된다.

행정구역개편의 가장 중요한 것은 지방분권과 주민참여를 열기 위한 과정이나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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