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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대학이 사라지면 “인구소멸 브레이크 풀린다”가야대학교 고령캠퍼스 탐방

3500여명 북적대던 대학가 인근
10년 이상 방치되며 폐업 슬럼화
식당·노래방·당구장 모두 문 닫아

거창·남해대학 통합논의 신중필요
한쪽은 치명상 입을 수밖에 없어
가야대학교 사례에서 교훈 얻어야

가야대학교 고령캠퍼스가 완전히 폐교된 지 10년도 훌쩍 더 지났지만 캠퍼스 입구 오른쪽의 대학촌은 원룸과 상가 대부분이 문이 굳게 닫혀 있어 썰렁하기 그지없다. 대학이 사라지면서 학생들도 떠나 인근에서 장사를 하던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은 폐업이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농촌의 지역실정을 고려하지 않고 거창·남해 도립대학의 통합 논의가 계속된다면 거창이든, 남해이든 한쪽은 치명상을 입을 우려가 높다. <사진: 서부경남신문>
가야대학교 고령캠퍼스 입구 왼쪽의 상가 모습. <사진: 서부경남신문>

가야대학교 고령캠퍼스가 김해캠퍼스로 떠난 지 19년째, 경북 고령군은 여전히 심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지난 13일 찾아간 경북 고령군 고령읍 지산3리 고령캠퍼스 자리에는 2019년 10월 개장한 대가야퍼블릭 골프장(9홀)에서 라운딩을 즐기는 이용객들만 있을 뿐 10년 이상 방치되고 있는 캠퍼스 입구 오른쪽의 대학촌은 한산하기 그지없었다.

화려했던 대학촌은 직격탄을 맞아 건물 대부분은 굳게 닫혀 있고, 외벽에는 ‘임대’ 현수막만 여전히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비디오 대여’라고 쓰여진 간판은 대학이 떠난 뒤 10년도 훨씬 넘게 상가가 임대되지 않았음을 짐작케 했다.

원룸촌 곳곳에도 ‘전·월세 임대’라는 간판이 붙어 있었다. 원룸과 상가 대부분은 문이 굳게 닫혀 있고, 일부 원룸 근처에는 생활쓰레기가 쌓여 있었다. 고령군이 주변 환경을 정비하고 나섰지만 썰렁함은 폐허 지역이나 다름없어 보였다.

캠퍼스 주변 200여개의 원룸들은 텅 빈 곳이 더 많았으며, 학생들이 떠난 빈자리에는 외국인 노동자와 소외계층들만 입주하고 있었다. 한때 호황을 누비던 식당, 노래방, 당구장, 주점, PC방 등은 문을 닫은 지 오래다.

‘원룸 임대’ 이라는 간판이 여전히 붙어 있다. <사진: 서부경남신문>

고령군은 1993년 3월 가야대 고령캠퍼스가 들어서면서 2003년까지 학생들로 넘쳐났다. 그러나 2004년을 기점으로 대부분의 학과들이 김해로 이전했고, 2012년 60여명의 자율전공학부 졸업생을 마지막으로 학교의 모든 기능을 김해캠퍼스로 완전히 옮겨갔다.

개교 당시에는 학부생이 200여명 수준이었지만 서울·경기·부산·대구 등 외지학생을 모집해 2003년 770명 규모로 몸집을 키웠고, 국고 지원금을 받으며 학교를 더 성장시키면서 1998년에는 학생 수가 3500명에 이르렀다.

하지만 고령캠퍼스가 문을 닫으면서 고령지역 경기는 전반적으로 가라앉았고, 인구도 10% 이상 빠져나갔다. 1998년 3만8447명이던 고령군의 인구는 2005년 3만4271명으로 4176명이 감소했다.

가야대학교 표지석이 있던 자리에 대가야컨트리클럽 간판이 대신 차지하고 있다. <사진: 서부경남신문>
골프장으로 변한 가야대학교 고령캠퍼스. <사진: 서부경남신문>

가야대 고령캠퍼스 전체 부지 61만7000㎡(18만6600평) 가운데 76% 정도(46만9300㎡)는 9홀짜리 골프장으로 변했다. 가야대는 캠퍼스를 김해로 옮긴 뒤 2011년 골프학과와 레저체육학과를 신설하고, 2016년 스포츠레저 전문대학으로 재도약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사업인가와 세부계획 등 관련절차가 늦어진데다 문화재보호법이 발목을 잡으면서 시기를 놓쳤다.

골프장은 2019년 10월 완공했지만 개장에 앞서 8월 가야대 학교법인 대구학원은 골프장과 부대시설을 민간인에 매각했다. 당초에는 학교법인이 운영한다고 했지만, 투자재원 마련이라는 이유로 입장을 바꾼 것이다.

고령군도 골프장이 고용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가로등을 더 설치하며 도로를 넓히는 등 정비사업을 꾸준히 진행했지만, 생각만큼의 경제활성화는 이뤄지지 않았다는 평가다.

가야대학교는 고령군민으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골프장을 만들 때 약속했던 스포츠레저 전문대학 설립도 지켜지지 않았고, 2020년 7월 본관 건물을 비롯해 창의관·실습동·가야관 등이 있는 13만3000㎡(4만평) 규모의 후적지를 호텔, 노인 의료복지주거시설, 노인전용병원 등으로 개발해 인구유입과 대가야문화권 관광개발에 이바지하겠다고 했지만 진척된 게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대학이 폐교되면 막상 지방이 입는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현재 거창대학의 재적학생 수는 1147명에 이르고 있다. 남학생이 62.9%, 여학생이 37.1%를 차지한다. 남해대학의 재적학생 수는 1236명이며 남학생 78.8%, 여학생 21.2%의 비율이다.

경남도는 “거창대학과 남해대학의 구조개혁은 인구소멸 시대에서 대학의 필수적인 생존전략”이라며 지난 3월부터 태스크포스(TF·임시조직) 팀을 구성해 통합에 준비하고 있다. 두 대학의 교직원들과 거창·남해 군민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교육부 대학설립심사위원회에 통합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거창·남해군은 통합을 반대하며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뾰족한 수가 없어 고민이다. 학교 일부 또는 전부를 이전하는 경우 가야대학교 고령캠퍼스가 입었던 피해가 고스란히 지역에 닥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1대학 2캠퍼스 체제가 유지된다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통합이 유력해 질 수 없는 상황이라 지자체 입장에서는 필사적으로 반대할 수밖에 없다.

대학이 사라지면 학생 유동인구가 사라져 인근에서 장사를 하던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폐업으로 상권이 사라지고, 지역주민들 역시 상권이 형성된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면서 지역자체가 서서히 소멸하는 수순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칫 경남도가 도립대학의 경쟁력에만 치중하려다 통합이 오히려 지역간 갈등과 고통의 터널 속에서 갇힐 우려가 높다. 경남도는 “구조개혁을 강조하며 관련 용역을 맡겨 올해까지 시간을 갖고 내년에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핵심인 통합과 대학본부 설치에 대해서는 정확한 이정표를 제시하지 않아 거창·남해 군민들의 불안은 여전하다.

인구가 많은 도시 지역과 달리 농촌의 지역실정을 고려하지 않고 통합 논의가 계속된다면 거창이든, 남해이든 한쪽은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거창대학과 남해대학이 상생하며 발전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가야대학교 고령캠퍼스의 사례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으면 한다.

이영철 기자  achimstor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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